소행성의 날을 아시나요?


여러분들은 6월 3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아… 2020년 6월 30일은 네이버의 인기 웹툰인 <마음의 소리>가 연재를 마친 날이긴 하지만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6월 30일이 무슨 날이냐면요, 바로 ‘국제 소행성의 날’이랍니다! 국제 소행성의 날이라니, 처음 듣는 분들도 많으시죠? (저도…) 사실 소행성의 날은 2015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왜 하필 630일일까?



아무 기념일도 없는 날이라서 6월 30일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소행성과 관련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죠. 1908년 6월 30일, 러시아의 한 밀림에서 엄청난 규모의 대폭발이 발생합니다. 퉁구스카 사건이라 불리는 이 폭발의 결과로 서울의 약 3배 넓이의 산림이 파괴됐고, 1,500마리 이상의 순록이 죽었습니다. 러시아 정부 조사단이 가져온 증언을 잠깐 살펴보시죠.

“… 갑자기 하늘이 둘로 쪼개지고, 숲 위로 높이 타오르는 불빛이 북쪽 하늘로 넓게 번지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내 웃옷에 불이 붙은 듯한 열기를 느꼈다…(중략) 꽝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아주 큰 무엇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베란다에서 약 6 미터 정도 떨어진 땅 위로 튕겨 나가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131p) “

퉁구스카 사건 이후 부서진 나무들 (이미지 : NASA)

이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핵폭탄이 터진 것이라거나, 블랙홀이 지구를 관통한 것이라거나, 외계의 우주선이 지구에 추락한 것이라는 제안들이 있었죠. 그러나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고 블랙홀이나 우주선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책 <코스모스>에서 혜성의 조각이 지구와 충돌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시간이 흘러 2013년, 대폭발의 원인으로 보이는 운석을 발견했고출처 ,  2020년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철을 함유한 소행성이 지구의 대기와 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출처. 소행성이 지구와 인류에게 남긴 위험을 기억하고 예방하기 위해, 퉁구스카 사건이 일어난 6월 30일을 소행성의 날로 선포한 것이죠.





지구 위협 천체



지구 근처를 지나는 근지구천체 중에서, 지구 궤도와 교차하고, 길이가 140미터 이상인 천체들을 지구 위협 천체라고 불러요. 대부분 소행성들입니다. 이런 천체들은 지구와 충돌했을 때 매우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매해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른다’며 소동을 일으키는 천체들이 바로 지구 위협 천체들 중 하나죠.

목성 안쪽 궤도를 도는 지구 위협 천체들의 궤도 (이미지 : NASA)



2004년에 발견된 아포피스(99942 Apophis)라는 소행성은 올해 초까지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 NASA는 새 관측 결과를 통해 아포피스가 앞으로 100년 이상은 지구를 위협할 일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출처. 정말 다행인 일이죠. 그러나 아포피스 말고도 지구 주변에는 위협 천체들이 있고, 또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소행성들을 꾸준히 관찰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충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해도, 충돌하면 100% 피해를 받게 되니까요. 우리나라에도 역시 우주환경 감시 기관이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지구 주변의 소행성이나 우주 잔해물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www.nssao.or.kr


호랑이를 잡으려면?



소행성을 따라간 탐사선이 있습니다. 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라는 탐사선인데, 2016년에 발사해 2018년에 베누(101955 Bennu)라는 소행성에 도착해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태양계를 여행한 다른 탐사선과는 다르게 오시리스-렉스는 2023년 9월 24일에 지구에 귀환할 예정이에요.

오시리스-렉스 이전에도 소행성 류구(162173 Ryugu)에 착륙한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도 있습니다. 하야부사 1호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한층 발전된 하야부사 2호는 2019년, 류구의 토양 일부를 채취하였고, 2020년에는 샘플 캡슐을 호주의 한 사막에 떨어뜨렸습니다관련기사. 하야부사 2호는 지구로 귀환하지 않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주 탐사를 계속할 예정이죠.

NASA가 올해 10월에 보낼 루시의 상상도(이미지: NASA)

그저 큰 돌덩어리로 보이지만, 소행성들은 지구를 포함한 내행성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리적인 면에서는 물론, 화학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이런 화학적 변화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을 수도 있고요. 소행성은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토록 소행성을 쫓아다니는 것이죠. NASA는 목성 근처의 소행성대로 보낼 루시(Lucy)라는 탐사선을 준비 중이며, 올해 10월에 발사 예정입니다.







불필요한 두려움은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옵니다. 우리가 소행성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1908년 퉁구스카 사건을 ‘크툴루’라는 괴물의 강림이라고 여기며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겠죠. 소행성이 지구와 근접하니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전자레인지를 쓰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 따위에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 올해 소행성의 날에는 소행성에 대해 알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6월 30일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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