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국제천문연맹(IAU)에서 토성의 위성 128개를 추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146개로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많은 위성을 가진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토성이었다. 이번 소식으로 인해 기록에 쐐기를 박은 수준이 되었다. 무려 다른 행성이 가진 위성을 모두 합친 개수(지구 1개, 화성 2개, 목성 95개, 천왕성 28개, 해왕성 16개 기준 총합 142개)에 두 배 가까이 되는 숫자이다. 위성이라면 행성 주변을 도는 천체라는 뜻일 것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숫자의 위성이 발견된 것일까. 도대체 토성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토성 위성의 발견
다른 행성에 위성이 있다는 사실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 4개를 발견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토성에 위성이 있다는 사실은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였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처음 알아냈다. 그는 1655년 3월, 토성 옆에서 밝은 점 하나를 발견했다.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이것이 토성의 위성이라 생각했지만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다. 하위헌스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영국의 수학자였던 존 윌리스에게 암호문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Admovere oculis distantia sidera nostris”라는 문구와 “uuuuuuu ccc rr h n b q x”라는 정체불명의 문자 조합을 해석하면 “Saturno luna sua circumducitur diebus sexdecim horis quatuor(토성의 위성은 16일 4시간 동안 공전한다.)”라는 뜻이 나타난다. 그는 훗날 이 발견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자신의 관측이 가장 빨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런 암호문을 만든 것이었다.

하위헌스의 관측은 정확했다. 이때 발견된 최초의 토성 위성은 훗날 윌리엄 허셜에 의해 ‘타이탄’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타이탄의 발견 이후 카시니, 허셜 등의 천문학자에 의해 토성의 위성은 지속적으로 발견되었다. 이아페투스, 레아, 테티스, 디오네, 엔셀라두스, 미마스 등등. 기술의 발전은 토성 위성 발견 속도를 가속화 시켰다. 최초 망원경을 통해 발견하던 위성을 사진술을 통해 찾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피커링(하버드 천문대장이었던 에드워드 피커링의 동생이다.)은 사진 건판 속에서 1899년 포에베라는 위성을 찾아냈다. 포에베는 최초로 발견된 토성의 불규칙 위성이었다. 토성 생성 때와 같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날아와 토성에게 붙잡힌 천체였다.

사진 기술이 발전하여 촬영을 통한 위성 발견이 이어지자 이제는 아예 탐사선이 직접 다가가서 발견하는 경우도 생겼다. 보이저 탐사선뿐 아니라 토성에만 10년 넘게 머물렀던 카시니 탐사선도 위성 발견에 힘을 실었다. 심지어 고리 사이사이에 숨어 있던 위성도 확인해냈다. 2014년에는 고리에서 위성으로 보이는 천체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촬영되었다.

폭발하는 위성의 개수
토성 위성의 개수는 목성의 위성 수와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2022년 기준 목성은 80개, 토성은 83개의 위성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2023년 2월. 목성의 위성이 12개 추가되며 토성을 뛰어넘었다. 목성이 위성의 왕 자리를 차지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토성 위성이 무려 62개가 추가로 인정된 것이다. 사실 목성 위성이 추가되던 때 이미 토성에도 위성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이미 발견된 상태였기 때문에 예정된 역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위성은 어떤 방법으로 무더기 발견이 된 것일까.

대만 중앙연구원 천체 물리학 연구소의 에드워드 애쉬튼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하와이에 있는 CFHT(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을 이용하여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토성 관측을 진행했다. (연구를 시작한 2019년에는 애쉬튼이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학생이던 시절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방법은 “shift and stack”라 불리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천왕성이나 해왕성의 위성을 찾기 위해 사용되던 기술을 토성에도 적용한 것이다. 매우 작은 위성은 빛이 너무 약해 식별하기 어렵다. 정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희미한 대상이 찍힌 여러 사진을 준비하고 이동 경로에 맞춰 사진을 쌓는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희미한 대상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가장 강한 신호를 만드는 경로를 찾아내야 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3km 이내의 매우 작은 천체들을 확인한 것이 2023년의 결과물이었다. 기존 토성 위성들에 비해 매우 먼 970만~2900만km 위치에서 공전하는 이 천체들은 모두 불규칙 위성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멈추지 않고 관측을 이어 나갔다. 더 많은 시간을 망원경 관측에 투자한 결과 128개의 위성을 추가 확인하였고 이번에 그 결과가 인정받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행운도 있었다. 토성이 은하수 중심 방향을 벗어나 배경 별의 개수가 줄어들어 어두운 위성을 찾기에 더 적합한 환경이 되었다. 그야말로 시기까지 적절하게 도와주어 기술의 한계치에 가깝도록 위성을 발견해 낸 것이었다.

작은 위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많은 위성의 발견은 신기할 수 있다. 하지만 곧이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고작 수 km에 불과한 작은 돌멩이들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토성 위성이 200개가 넘어갔다고 해서 (심지어 토성에 비해 부스러기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의 위성이) 우리가 어떤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번에 발견된 토성 위성들 역시 불규칙 위성들이었다. 불규칙 위성은 전반적으로 다른 위성들과 다르게 독특한 궤도를 가진다. 도는 방향마저 다른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천체가 최초로 발견된 불규칙 위성인 포에베이다. 이런 불규칙 위성 사이에서도 종류가 나뉘는데 토성의 경우 이누이트 군, 갈릭 군, 노르스 군으로 구별된다. 각각의 군에 포함된 위성들의 이름은 이누이트 신화, 갈리아 신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것을 이용한다. (이번 발견은 모두 노르스 군에 속하는 종류였다.)

이렇게 비슷한 궤도 경사를 가진 천체가 묶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이들 사이에 유사한 점을 더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가장 유력한 의견은 이 위성들이 같은 기원을 가진다는 것이다. 더 거대했던 천체들의 충돌에 의해 형성된 조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발견된 위성 중 일부는 토성의 위성 문딜파리와 충돌로 인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연구팀은 너무 오래전에 일어난 충돌일 경우 그 파편이 더 많이 붕괴하여 크기가 더 작아졌을 것이라 보기 때문에 대략 1억 년 정도의 최근 충돌(이 정도 시간이면 천문학에서는 최신 사건이다.) 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작은 위성 연구는 토성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더 나아가 태양계 형성, 행성 진화에 대한 연구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거기에 토성의 경우 고리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위성 충돌 사건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MIT의 연구진이 약 1억 6천만 년 전 토성에 다가간 위성 하나가 부서지면서 고리가 생성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토성 위성 발견은 또 다른 의문을 불러올 여지도 있다. 바로 위성의 크기가 그 문제이다. 수 km라는 작은 크기를 가진 이번 토성 위성을 생각하면 어디까지 작은 천체를 위성이라 칭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위성의 크기를 제한하는 특별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너무 많은 위성이 추가로 계속 발견된다면 2006년 행성의 기준을 재정립하면서 명왕성을 행성에서 빼버린 사건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목성 역시 이 연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장 거대하고 가장 강한 중력을 가진 행성이 토성보다 적은 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연구 목표를 던져준다. 토성에 비해 가까이 있는 관계로 더 넓은 범위를 촬영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발견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토성과 달리 목성에서는 최근 위성 충돌 사건이 없어 조각난 작은 천체가 발견되지 못한 것인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창 시절 시험 성적을 위해 행성의 개수, 그 행성에 있는 위성의 개수를 외우던 때와 현재는 숫자적으로도 굉장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 우주를 떠도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모여 있으면 나름의 의미를 가지며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곤 한다. 우리 지구가 머물고 있는 집인 태양계 안에서도 새로운 발견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이번 위성들이 한데 모여 합창하고 있는 태양계의 비밀은 무엇일지, 새로운 기술이 밝혀줄 우주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Jonathan O’Callaghan. 2025. Saturn has a whopping 274 moons ― scientists want to know why. nature
- Robin George Andrews. 2025. Saturn now has a ridiculous number of moons. NATIONAL GEOGRAPHIC
- Hannah Devlin. 2025. Astronomers discover 128 new moons orbiting Saturn. The Guardian
- Stefanie Waldek. 2025. Saturn officially has 128 more moons. SPACE.COM
- Laura Nicole Driessen. 2025. Saturn now has 274 moons – but exactly what makes something a moon remains unclear. THE CONVERSATION
- Spencer Wallace. 2020. Shift-Stacking the Night Away. astrobites
- 곽노필. 2022. 먼지가 되어서라도 너의 곁에…토성 고리 정체는 ‘부서진 위성’. 한겨레
- 박정연. 2023. 토성,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 보유 행성으로 재등극.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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