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5일. NASA는 2025년 9월로 예정되어 있던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를 2026년 4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이미 1년 가까이 연기되었던 일정인데 다시 한번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2022년 12월,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된 이후 2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두 번째 로켓은 발사까지 한참 먼 상황이다. 미국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아르테미스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길래 이런 일정 연기가 계속되는 것일까.
이번 발사 연기의 이유는 지난 아르테미스 1호 발사 당시 생겼던 문제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지구에 귀환하는 캡슐에 장착된 방열판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판 내부에 생긴 기체가 예측대로 방출되지 못하면서 열 차폐막에 균열을 만든 것이다. NASA의 언급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1호가 유인 우주선이었어도 우주인의 안전에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좀 더 완벽을 기하기 위해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 파악하고 예정된 발사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무엇인가?
인류가 달에 다시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운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이다.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나 돌아온 이후 후속 아폴로 계획은 취소되고 한동안 NASA에서 달 유인 탐사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져 있었다. 아폴로 계획에 이어 NASA의 중요 프로젝트로 부상했던 것은 우주왕복선이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순항 중이던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는 2003년 콜롬비아 호의 폭발 사고로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
계획하고 있었던 우주 정거장은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았고 노후화가 심해 안정성에 문제가 드러나버린 우주왕복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해야 했다. 2004년 당시 부시 행정부는 우주왕복선을 대체하면서 달 탐사까지 가능한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를 제시하게 된다. 그 이름하여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다. 이 계획은 아폴로 미션처럼 단순히 달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었다. 다목적으로 사용할 로켓을 개발하여 여러 방면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 목표였다. 아레스라는 이름이 붙은 우주로켓을 개발하면서 2009년까지 90억 달러 가까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그 바로 다음 해인 2010년 이 계획에 문제가 생긴다.
부시 행정부에 이어 백악관에 들어온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2월.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의 계획 중지를 선언했다. 지속적인 계획 지연과 당시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여파가 주원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계획이 취소된 이후 새로운 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하여 결국 새로운 발사체인 ‘우주 발사 시스템(Space Launch Syste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NASA의 예산 자체가 줄어든 것도 아니었으니 아랫돌을 빼서 위에 올린 꼴이었다.
SLS의 개발은 더욱더 지지부진했다. 이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나갈 탐사선을 차례로 계획했지만 SLS의 완성 시한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거기에 이 로켓이 NASA 예산을 빨아먹는 돈 먹는 하마가 된 상황에서 스페이스X라는 민간 기업이 성공적으로 로켓 산업에 안착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 로켓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소가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2016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NASA의 우주탐사 계획은 또 다른 변화를 보게 되었다. 2017년 12월.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이 부활한 것이다. 추후 아르테미스 계획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2024년에 달에 사람을 다시 착륙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길게 돌고 돌아서 결국 다시 달이 목표가 되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SLS는 230억 달러가 넘는 거대 자본을 10년간 투자하여 2022년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1호의 발사 역시 계속된 로켓 문제로 수차례 연기된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 그리고 지금 계획은 다시 한번 연기되어 달 착륙이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는 2027년 중 발사로 밀려났다.
왜 자꾸 계획이 연기되는 것인가?
누군가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지속적으로 연기되면서 지지부진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곤 한다. 훨씬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1960년대에 성공한 유인 달 탐사를 왜 지금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냐는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달에 간다’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훨씬 빠르게 준비가 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목적이 ‘달에 간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소된 컨스텔레이션 계획 때부터 유인 달 탐사 미션은 여러 목적 중 하나에 가까웠다. NASA는 소련과의 우주 경쟁 때문에 다른 과학적 요인을 제거하고 속도에 더 힘을 썼던 아폴로 계획과 달리 좀 더 확장성있는 장기 계획을 원했다. 달에 가는 것 외에 더 먼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다목적 로켓 개발, 사람이 달에 착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주할 수 있는 기지를 만드는 미션처럼 훨씬 넓은 범위의 계획이 그 답이었다.
목표가 여러 가지가 된 순간 미국 혼자서 이 거대한 미션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르테미스 미션은 NASA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유럽 우주국,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캐나다 우주국 등 국가 기관뿐 아니라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도 동참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면서 이 미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계획의 덩치가 커진 만큼 약간의 틈만 보여도 계획의 연기는 필연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을 만큼 자주 일어났다.
미션 진행의 신중도 역시 과거보다 많이 올라갔다. 아폴로 계획은 지금에서야 뜯어보면 무모함이 가득한 미션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테스트를 건너뛰어 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현재에 와서는 이런 식의 진행은 있을 수 없다. 챌린저호나 콜롬비아호의 비극을 겪으면서 안일한 대처가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온다는 사실은 NASA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애매하면 일단 연기하고 다시 살펴보는 것이 훨씬 현명한 대처가 된다는 것은 자명했다.
왜 인류는 달에 가려 하는가?
그렇다면 또 다른 궁금증이 들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달 탐사 미션을 도대체 왜 하려는 것일까. 과거 소련과의 냉전이 우주탐사의 원동력인 때와 달리 현재의 우주 패권은 거의 미국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달 탐사의 경우 아르테미스 계획과 경쟁하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2030년 이전에 유인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역시나 유리한 쪽이 미국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경쟁의식이 제로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같이 가장 강력한 탐사의 원동력이라 볼 수는 없다.
결국 다시 돌아와서 미국이, 또 중국이, 여러 나라들이 달에 가려는 목표를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주로 언급되는 내용에는 ‘과학적 발견’, ‘경제적 이익’ 등의 단어가 보인다. 생명체와 지구 지각의 자체적인 활동에 의해 오랜 과거 흔적을 찾기 어려운 이 땅과 달리 달은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흔적이 남아있는 도서관이나 다름없다. 아폴로 우주선이 가져온 약간의 샘플을 넘어 달 자체에 상주하며 연구를 시작하면 ‘달의 기원’, ‘태양계 초창기의 모습’ 등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풀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경제적 이익 역시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달 자체에 있을지 모를 희토류를 포함한 자원뿐 아니라 탐사를 진행하면서 얻은 부수적인 기술도 인류에게 경제적으로 유용한 방향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메모리폼 기술, 적외선 온도 측정 기술 등 우주 탐사에서 사용할 것을 예상하고 개발한 것들이 산업계에 도움을 준 사례들이 존재한다.
사실 이런 모든 이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이 열광하는 ‘달의 기원’이 당장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달에 있다는 자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귀한 자원이 지구로 수송되어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경제적 원리를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귀한 자원이라도 운송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면 가져올 이유가 없다. 결국 경제성을 가지려면 아르테미스 미션으로 달에 발을 다시 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우리 일상에서 무언가를 느끼기엔 달 탐사는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을 취소했을 때 이를 비판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당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우주비행사였던 닐 암스트롱이나 마지막 달 착륙 인이었던 유진 서넌 같은 사람들 뿐 아니라 미 상원의원들도 이 결정을 비판했다. 일자리 창출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미국이 우주에 대한 리더십을 스스로 버렸다며 자책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그들에게 달탐사는 단순히 경제적인 원리로만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 진행 자체가 예산적인 면에서 전혀 매끄럽지 않아 손을 대야 하기는 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항상 외부로의 확장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발생한 문명이 각기 확장해 나가다 서로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역사가 발생한다. 고대 문명이 그래왔고 왕국이 그렇게 형성되었고 대항해시대는 더 넓은 바다 너머의 세상으로 인류를 탐험하게 만들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 세계는 여러 기술 발전으로 공간적 제약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제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탐험했던 지구라는 공간이 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이 우주 상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곳. ‘달’ 아니겠는가. 어쩌면 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이유는, 인류가 더 먼 곳을 탐험하고 깃발을 박아 넣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러모로 삐걱거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의 시계는 조금씩 흐르고 있다. 계속된 연기가 실망감을 주고 기대감을 낮출 수는 있지만 언젠가 인류가 다시 달에 발을 디딜 것이란 사실을 의심하기엔 우리가 해낸 것이 너무나 많다. 26년 아르테미스 2호 발사, 27년 아르테미스 3호 발사가 연기된 제날짜에 될 가능성은 어쩌면 거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날은 올 것이다. 그리고 저 우주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참고자료
- Erika Peters. 2024. NASA Identifies Cause of Artemis I Orion Heat Shield Char Loss. NASA
- 윤용식. 2012. 미국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의 개발 동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강경주. 2024. NASA, 아르테미스 또 연기…”중국이 먼저 달에 우주인 보낼수도”. 한국경제
- 폴윤. 2023. 우리가 우주에 가야하는 이유. EBS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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