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에 간 국산 카메라가 있다? – CODEX 이야기

 지난 11월 12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새로운 장비 하나가 설치되었다. CODEX(COronal Diagnostic EXperiment)라는 이름의 이 장비는 NASA와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11월 5일에 우주정거장으로 발사되었다. 이름에도 나와 있듯 이 장비는 코로나, 태양의 대기를 관측하는 물건이다. 과연 천문연구원과 NASA는 CODEX를 통해 어떤 것을 알아내고 싶은 것일까.

ISS에 설치된 CODEX의 모습. (사진: NASA)


 지구에 대기가 있는 것처럼 태양 같은 항성에도 대기가 존재한다. 태양 표면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온 듯한 형태를 보여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인류를 몇 년간 괴롭혔던 그 바이러스 역시 같은 어원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태양 그림을 그릴 때 동그란 덩어리에 뾰족한 테두리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테두리가 코로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작 이 코로나를 직접 보기 위해서는 조금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동그란 태양의 광구가 워낙 밝아 상대적으로 어두운 코로나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코로나를 볼 수 있는 때는 중심 광구가 가려지는 개기일식 상태일 때뿐이었다.

2017년 8월 21일 개기일식 당시 찍힌 코로나 (사진: NASA)


 그러나 정기적으로 자주 찾아오지 않는 개기일식만 기다릴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천문학자 버나드 리오트가 1930년대 코로나그래프라는 장비를 개발하게 된다. 원리는 간단했다. 작은 원반을 이용하여 태양의 광구를 가려버린 것이다. 손가락을 들어 특정 부분을 가리고 보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개기일식이 아니더라도 코로나를 관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코로나에서 몇 가지 미스터리가 발견된다.

SOHO위성의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하여 촬영한 코로나질량방출(CME). 중앙에 디스크에 태양이 가려져있다. (사진: NASA&ESA)


 첫 번째로 온도에 이상한 점이 확인되었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대략 5800K로 확인된다. 중심핵의 온도가 약 1500만K라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씩 온도가 낮아져 5800K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표면 바깥에 있는 코로나의 온도가 무려 평균 100만에서 500만K까지 상승한다. 중심 열원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면 온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는 어떤 이유로 온도가 거꾸로 움직이는가. 물론 태양에서 벌어지는 폭발 등이 낮은 밀도의 코로나 속 플라즈마를 가열시키고 있다는 이론이 존재한다. 다만 이 이론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이다.

태양 온도 분포. 코로나에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두 번째로는 태양풍의 속도 문제이다. 태양 표면에서는 태양풍이라는 것이 뿜어져 나온다. 그런데 코로나에서 이 태양풍의 속도가 초속 400km에 달한다. 과연 어떤 이유로 태양풍의 속도가 이렇게 빠르게 가속된 것일까. 2023년 당시 현재 우주에 올라가 있는 태양 탐사선인 솔라 오비터를 통해 코로나 하층의 가스 분출 현상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태양풍의 빠른 속도에 대한 확실한 원인은 미궁 속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CODEX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를 얻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기존에 우주에 올라가 있던 SOHO 관측 위성의 코로나그래프와 달리 여러 파장으로 관측이 가능하며 온도와 속도 분포까지 파악할 수 있다. 태양 반경 2.5~10배 가까이 되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 가열 문제, 태양풍 가속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그야말로 태양 코로나 관측의 첨단 기술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케네디 우주비행센터에서 최종 비행 준비중인 CODEX. (사진:NASA)


 CODEX 개발은 한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2013년, NASA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7년이 되어 제대로 된 장비 테스트에 들어갔다. DICE(DIagnostic Coronagraph Experiment)라 불린 이 미션은 2017년 8월 21일에 있었던 개기일식에 맞춰 카메라 장비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예상했던 대로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데이터를 얻는 것에 성공하였고 연이어 헬륨 풍선을 이용한 다음 미션으로 이어졌다. BITSE(Balloon-borne Investigation of Temperature and Speed of Electrons in the corona)라 불린 두 번째 미션은 헬륨 풍선에 완성된 코로나그래프 장비를 추가하여 상공에서 장비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2019년 9월 18일, 약 39km 상공에서 진행된 미션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장비를 우주에서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2017년 개기일식에 사용한 DICE 미션 장비.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그리고 이번 2024년. 최종적으로 완성된 장비가 ISS에 탑재되었다. 그동안 다른 우주 코로나그래프가 위성에 장착되어 활용되었던 것과 다르게 ISS에 설치한 이유 역시 따로 있었다. ISS는 지구를 중심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매번 태양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다만 기존 설비, 전원 등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여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고장이 나더라도 고치기 훨씬 쉽다. 새로 개발된 장비의 첫 번째 본격적 작전 투입이니 훨씬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CODEX의 정확한 설치 위치. (사진: NASA)


 이제 막 설치된 CODEX는 약 1개월간의 시험 운영 후 2년 정도의 임무 수행 기간을 가지게 된다. 현재 태양 주변을 날고 있는 파커 탐사선, 솔라 오비터와 협력하여 태양 코로나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에 도움을 줄 것이다. 2025년에는 PUNCH(Polarimeter to UNify the Corona and Heliosphere)라 불리는 소형 위성 4개를 추가로 발사하여 3D 관측 임무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 천문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저 멀리 있는 별, 은하, 블랙홀 등의 천체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우리에게 제일 가까운 태양이 ‘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도 종종 만나곤 했다. 그 어떤 별보다 가까이 있고 그 어떤 천체보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태양이다. 지구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큰 에너지는 바로 저 태양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이 태양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상황이다. 거기에 최근 태양 활동 극대기가 되면서 지자기 폭풍같이 지구 통신에 위협을 주는 사건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이번 태양 연구는 단순하게 코로나의 비밀을 푸는 것에 끝나지 않고 태양에 대한 이해를 높여 우리 일상생활에 미칠 피해를 줄이는 것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제 막 우주에서 눈을 뜬 CODEX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 어쩌면 그 이상의 뛰어난 결과를 남겨 태양 연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참고자료

  1. 김명진 외. 2023. 90일 밤의 우주. 동양북스
  2. 한국천문연구원. 2024.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 국제우주정거장 설치 완료
  3. 정현진. 2022. 국제우주정거장용 태양 코로나그래프: 韓천문연-美NASA 공동개발
  4. CODEX 한국천문연구원 사이트
  5. CODEX NASA 사이트
  6. 김연한 외. 2021. 차세대 태양코로나그래프 개발. 물리학과 첨단기술
  7. 코너 필리. 2024. New NASA coronagraph will measure temperature, speed of solar wind from ISS. 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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