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페이스X는 로켓을 공중에서 잡아야 했는가?

 지난 10월 13일 오전 8시 25분(동부 표준시 기준),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 위치한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로켓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 로켓은 ‘바닥에 착륙’하는 것이 아니라 발사대에 ‘포획’당했다. 지금까지 로켓 발사 및 회수 중에 가장 신기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미션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점점 더 발전해 나가는 우주 개발 과정인데 이런 포획 방식의 착륙이 어떤 의미가 있길래 진행하려 했던 것일까?

성공적으로 회수된 로켓의 모습 (사진: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자체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지만 돈 먹는 하마 수준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미국이 아폴로 미션에 사용했던 새턴V 로켓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무려 약 65억 달러가량의 거대 자본이 투자되었다. 이는 현재 금액 기준으로는 약 500억 달러가량이라 한다. 한때 NASA가 미국 GDP의 0.5% 정도를 혼자서 사용하고 있었으니 그 예산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중 로켓을 발사하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회 당 대략 2억 달러. 지금 기준 12억 달러가 넘어가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개발 후 지속적으로 로켓을 발사하여 우주 탐험을 할 때마다 그 거대 자본이 하늘에서 불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 1단 로켓이 분리되는 장면 (사진: NASA)


 이러한 발사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NASA에서도 당연히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실제로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NASA의 예산은 내리막길을 그리고 있었다. 적은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노력 중에 우주왕복선이 포함되었다. 로켓이 아니어도 우주선을 재활용하여 비용을 절약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의 비용 절감 효과는 초기 예상과는 다르게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우주왕복선의 목표는 자주 발사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것이었으나 한대 당 100회가량으로 진행했던 미션을 기껏해야 대당 30회 정도로 축소하면서 완전히 어그러졌다. 1회 발사할 때마다 추후 보강, 점검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으며 이 점검에 실패하여 벌어진 두 건의 참사는 우주왕복선 계획을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결국 우주왕복선은 모두 퇴역하였다. 이제 공은 민간 우주 기업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퇴역 후 미국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의 모습 (사진: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스페이스X는 2008년 세계 최초로 민간 액체 로켓을 궤도에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3번의 실패 후 4번째 도전만에 성공이었지만 이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NASA와 협력하여 로켓 산업을 확장시킨 스페이스X의 다음 목표는 더욱 저렴한 로켓 발사였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꼭 필요했던 것이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었다. 우주선 발사에서 하드웨어에 속하는 로켓 부분을 재활용한다는 것은 큰 이점이 있었다. 우주왕복선에서는 실패했지만 예산 절약을 확정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주선의 로켓 중 아랫부분인 1단 로켓의 회수에 도전하게 된다.

2008년 최초로 성공한 팰컨1 로켓의 발사 장면 (사진: 스페이스X)


 당연하게도 로켓 회수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주로 올라가던 도중 분리된 1단 부분을 회전시켜 정확한 위치로 유도해야 했다. 또한 1회용 로켓의 경우 엔진 연료를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전부 사용하고 추락하면 그만이었다. 회수가 목적이라면 재착륙 시 사용할 연료가 남아있어야 했다. 착륙용 연료를 재점화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착륙한 로켓의 내구성을 강화하여 우주왕복선에서 있었던 끊임없는 재점검 과정으로 인한 예산 추가 투입 사례를 피해야 했다. 더 튼튼하고 가볍게 만들어져야 추가로 투입된 연료로 인한 탑재체 무게 손실을 줄이고 경제성을 살릴 수 있었다.

 초기에는 로켓을 약간 올렸다가 착륙시키는 방법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약 300m, 700m 높이까지 발사한 로켓을 제자리에 착륙 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이어진 연습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던 스페이스 X는 2015년 12월. 인공위성을 탑재한 팰컨9을 우주로 발사한 후 1단 로켓 부분을 회수하는 것에 성공했다. 대성공에 힘을 입은 스페이스 X는 이듬해인 2016년 4월. 지상이 아닌 바다 위 무인선에 착륙시키는 것에도 성공했다. 물론 이 과정 중에도 실패 역시 계속되었다. 로켓이 바다에 빠져버린다던가 공중에서 폭발한다거나 착륙할 때 기울어지면서 폭발한 사건도 있었다. 이 모든 실패를 뚫고 지속적인 도전을 한 결과는 2017년 3월. 재사용한 로켓을 발사하고 다시 회수하는 것까지 제대로 성공하는 일로 돌아왔다.

무인선에 착륙한 로켓의 모습 (사진: 스페이스X)


 이후 재사용 로켓은 활성화되었다. 2022년에는 1년간 로켓을 60회 발사했으며 그중 56회가 재사용 로켓이었다. 심지어 실패는 한 건도 없었다. 2023년에는 98회를 발사하여 실패한 스타십 우주선 2건을 제외한 96건이 성공했다. 그리고 2024년은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았지만 100회 발사를 돌파하였다. 그중 로켓 회수에 실패한 것은 올해 8월 단 한 건이었다. 이처럼 성공적인 미션을 수행 중이던 스페이스X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가 이번 10월 13일 발사였다.

 이번 발사는 기존처럼 무인선에 착륙하는 것이 아니라 발사대에 그대로 안기는 작업이었다. 해당 로켓이 발사된 145m의 거대한 발사대는 메카질라(Mechazilla)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고질라를 연상시키는 위용을 자랑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발사대에 달린 회수 장치는 말 그대로 젓가락(chopsticks)이라 부른다. 로켓에 젓가락질을 해서 붙잡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기존 기술을 통해 정확한 위치로 돌아오는 것은 할 수 있을지라도 공중에서 속도를 줄여 발사대에 재장착하는 것은 또 한 차원 높은 난이도의 미션이었다. 이를 진행하는 이유는 역시나 비용 절감이었다.

2021년 메카질라에 장착된 젓가락의 모습 (사진: NASA)


 바다에 착륙한 로켓은 다시 발사장으로 이동하여 조립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크기가 크기인 만큼 이것 역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또한 바닥에 착륙할 경우 로켓의 자세를 잡기 위해 다리 부품이 추가되게 된다. 아무리 기술력을 활용하여 무게를 줄이려 해도 부품이 추가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발사대에 그대로 착륙하게 된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공중에 붙잡힌 관계로 다리 부품은 필요가 없으며 발사 장소에 로켓이 스스로 돌아왔으니 운반 비용 역시 절약된다.

팔콘 헤비 착륙 시 다리가 펼쳐진 모습. 포획 회수가 제대로 상용화되면 저 다리 부품은 필요 없어진다. (사진: 스페이스X)


 스페이스X가 이렇게 로켓 발사 비용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인류의 모든 탈것은 처음 개발되었을 때 아무나 탈 수 없는 것에서 점차적인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탈 수 있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이 과정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비용 절감이 큰 역할을 했다. 우주여행을 현실화 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사람을 우주 공간으로 보냈다가 귀환하는 우주여행을 떠나 더 먼 우주를 향하는 미션을 생각할 경우 이 비용 절감은 더욱 중요한 이유가 된다.

 달 다음으로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착륙 장소로 꼽히는 화성의 경우 한 번 출발하면 도착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우주선에 로봇만 타고 발사했던 지금까지의 탐사와 달리 사람이 타게 된다면 우주선의 내용물 자체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 인간이 있는 이상 살아남기 위한 필수품. 식량과 물, 그리고 숨을 쉴 산소가 추가된다. 만약 그 사람을 귀환시킬 계획이라는 이 물품만 2배가 되는 것이 아니다. 로켓이 화성에서 재점화하여 출발하려면 산화제로 사용될 산소 역시 톤 단위로 추가되어야 한다. 결국 이 많은 수송품을 위해서는 더욱 거대한 로켓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로켓이 거대해지면 자연스럽게 비용이 상승한다. 만일 다른 기술을 통해 비용 절감을 진행하지 않으면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 심지어 나라 하나가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미션이 되어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로켓 크기 비교 (사진: BBC) 스페이스X가 제작한 스타십의 크기는 달에 갔었던 새턴V 로켓보다 거대하다.
스타십의 부스터로 사용되는 33개의 엔진 모습. (사진: 스페이스X)


 이처럼 이번 스페이스X의 회수 미션 성공은 단순하게 로켓이 제자리로 돌아온 신기한 장면으로 끝낼 것 아니었다. 어쩌면 인류의 우주 탐험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는 다음 단계에 놓여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상 속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이유에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멋있고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있겠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 역시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로켓 귀환 성공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 (스페이스X 영상 중 일부)


 그렇다면 달 탐사, 화성 탐사가 단순한 상상도가 아니라 실제 우리 눈앞 근처까지 온 지금. 우리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로켓 자체도 근지구에서 움직이는 것과 화성까지 날아갈 경우의 안전성은 하늘과 땅 차이다. 여전히 인류를 더 먼 우주로 보내는 것에는 위험성이 남아있다. 기술적인 문제 말고도 법적인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여러 나라가 우주 개발에 눈을 돌리면서 기술은 만들어가고 있지만 법과 관련된 내용은 원론적인 수준에 멈춰있다. 1967년에 만들어진 우주조약에는 우주가 국가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우주 오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들어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전혀 없다. 당장 스페이스X의 위성 발사에서 여러 우주 쓰레기가 나온다는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달 탐사만 해도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나라가 경쟁적으로 계획을 발표하여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탐사가 이어질수록 국제법에 남아있는 취약점을 해결해야 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올해 2월 21일. 달에 착륙한 민간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의 모습. (사진: Intuitive Machines) 착륙선에는 콜롬비아 기업의 로고가 붙어 달 최초의 광고 사례가 되었다. 현재 이러한 달의 상업적 이용 여부에 제대로 된 규정이 전무한 상태다.


 기술은 우리를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횃불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어떤 결과물이 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번 미션 성공으로 또 하나의 횃불이 켜졌다.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인류가 새로운 빛과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기술 발전에 발맞춘 제반 사항이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만 10년, 20년 뒤에 우리의 눈앞에 우주가 더욱 안전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우주에 발사된 스타십의 상상도
화성 기지 상상도. 지구 바깥 인류의 탐가 기지를 실제로 볼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이정호. 2024. 로켓을 ‘젓가락 팔’로 낚아채 회수…‘스타십’ 5차 시험발사 성공. 경향신문
  2. 곽노필. 2024. 발사대에 ‘안긴’ 1단 추진체…스페이스X, 로켓 회수 기술 신기원. 한겨례
  3. 이정원. 2020. 로켓 발사보다 회수가 더 어렵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4. 이종림. 2023. 6년 뒤 화성에 인류 보낸다는 일론 머스크의 거대한 도전. 주간동아
  5. 곽노필. 2023. 13년 만에 200번째 로켓 발사 성공…스페이스엑스 ‘대기록’. 한겨례
  6. 2017. ‘재활용로켓’ 역사적 첫 비행…스페이스X, 발사후 회수까지 성공. 연합뉴스
  7. 최준호. 2024. 스페이스X가 돌아온 우주로켓을 ‘젓가락’ 로봇 팔로 잡는 이유. 중앙일보
  8. 송복규. 2024. 기업도 달 가는 시대…“새 ‘우주법’ 만들자”. 조선비즈
  9. 지미 친. 2022. 리턴 투 스페이스. 넷플릭스

Copyright 2021. 의왕천문소식 김용환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dydgks0148@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