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보낸 우리의 메세지들 – 과학자의 낭만을 찾아서

 다음 달인 10월 17일. 미국 플로리다 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탐사선 하나가 발사될 예정이다. ‘유로파 클리퍼’라는 NASA의 이 탐사선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탐사하는 것이 목표이다. 작년 4월에 ESA (유럽항공우주국)이 발사한 탐사선인 주스(JUpiter ICy moons Explorer: 줄여서 주스)와 함께 목성 위성의 비밀을 풀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위성을 근접 탐사한다는 자체도 흥미롭지만, 사실 이 탐사선에는 더 신기한 것이 하나 탑재되어 있다. 18x28cm의 그리 크지 않은 금속판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판에는 다양한 메시지, 그리고 시가 하나 적혀있다. 아니 우주에 올라가는 탐사선에 ‘시’는 어쩌다 적히게 된 것일까.

유로파 클리퍼 탐사선의 모습 (NASA/JPL-Caltech)


우주 메시지의 시작

 우주에 나가는 탐사선에 무언가를 탑재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 있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대중 천문학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일 것이다. 하지만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자는 계획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영국의 과학 관련 저널리스트였던 에릭 버제스와 리처드 호글랜드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의견을 NASA에 전달한다. 목성 탐사선인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계획에 참여하고 있던 칼 세이건은 이 구상을 적극 받아들여 3주간의 준비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두께 1.27mm, 가로 약 23cm, 세로 약 15cm의 얇은 금도금이 된 알루미늄 합금판이 제작되었다.

파이어니어에 실린 금속판. (NASA) 사실 버제스와 호글랜드가 메시지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칼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는 외계 문명에 전파 신호를 보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파이어니어의 금속판에는 탐사선과 비교하여 그려진 남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옷을 입지 않은 모습 때문에 우주에 외설물을 보냈다는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사람 모습 이외에 태양계의 개요와 그 속에서 파이어니어 탐사선이 움직이는 궤도가 그려져 있고 좌측 중앙에 무언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모습을 가진 특이한 그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그림은 태양계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였다. 우주 공간에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전파를 방출하는 펄사라는 천체가 존재한다. 각 펄사마다 고유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 그림은 태양 근처 펄사의 주파수를 지구에 상대 위치에 맞춰 표현한 것이다. 만약 이 판을 받게 될 외계 문명이 펄사라는 존재를 안다면 해당 그림을 통해 지구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파이어니어에 달린 금속판의 모습 (NASA)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두 탐사선이 금속판을 품고 우주로 떠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칼 세이건은 동료들과 함께 또 다른 금속판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금속판은 단순히 그림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었다. 지구의 소리, 음악, 사진, 목소리 등 다양한 것을 종합적으로 포함하는 것. 그야말로 지구의 자기소개서를 보낼 예정이었다. 디지털 CD도 아니고 LP 판으로 제작된 이 금속판을 제작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다. (1977년 8월 발사 예정이었던 보이저 탐사선인데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내용의 최초의 서면 계획은 그 해 1월에 나왔다.) 세이건과 드레이크 박사가 이끄는 제작팀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하여 어떤 정보를 담을지 선정하면서 동시에 제작에도 들어가야 했다.

제작 중인 보이저 레코드판 (NASA/JPL-Caltech)


 그렇게 급하게 만들어진 것이 그 유명한 보이저 레코드판이었다. 118장의 사진, 55개 언어의 인사말, 1시간 반 분량의 음악 등 지구를 어떻게 소개해야 좋을지 고민한 치열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이 중에는 예산을 지원한 미국 상원, 하원 의원의 명단도 들어있어 나름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흔적도 있기는 하다.) 이때부터였을까, NASA뿐 아니라 우주에 보내는 탐사선에는 나름대로 의미를 담은 무언가를 포함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완성된 보이저 레코드판 (NASA/JPL-Caltech) 사실 표면에 그려진 내용의 대부분은 이 레코드판을 해독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우주를 여행하는 인류의 메세지

 보이저처럼 저 먼 곳을 향해 발사된 탐사선은 2006년에 발사된 뉴호라이즌스가 있다.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인(발사 당시에는 행성이었던) 명왕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뉴호라이즌스는 9년에 가까운 비행 끝에 2015년 명왕성의 근접 사진을 최초로 촬영했다. 이런 대단한 업적을 남긴 탐사선에는 충격적이게도 인간의 유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명왕성을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였다. 그의 유해 일부가 담긴 상자에는 마치 묘비명처럼 미션 책임자 앨런 스턴이 쓴 글귀도 새겨져 있다. “이곳에는 명왕성과 태양계의 제3지대를 발견한 미국인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아델과 무론의 아들, 패트리샤의 남편, 아네트와 엘든의 아버지, 천문학자, 교사, 말썽꾸러기, 친구, 클라이드 톰보.” 평생 명왕성 천체를 연구한 학자를 위해 우주선 한 켠을 양보한 것이다.

뉴호라이즌스에 탑재된 톰보의 유해통 (Johns Hopkins APL)


 이런 의미를 가진 물품들은 이후에도 계속 있었다. 2021년 10월에 발사된 소행성 탐사선 루시에도 여지없이 금속 명판이 부착되었다. 발사 날짜와 행성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과 함께 세계적 명사들의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아인슈타인, 칼 세이건같은 과학자 뿐 아니라 인권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킹,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미국의 루이스 글릭(루시 발사 1년 전인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다.) 등의 말도 적혀 있지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비틀즈 맴버들이 한 말도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루시 탐사선의 이름 자체가 비틀즈의 명곡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루시 탐사선에 들어간 명판(NASA)


 우주에 있는 누군가를 상정하고 메시지를 보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던 2020년은 화성 탐사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였다.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NASA는 혼란을 뚫고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를 발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 퍼서비어런스와 같이 탑재된 화성 최초의 비행체였던 인제뉴어티(드론)에는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진 물품이 포함되었다. 먼저 퍼서비어런스 로버의 동체 한쪽에는 가로 8cm, 세로 13cm 정도의 작은 알루미늄판이 부착되었다. 탐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이 판에는 지구 모양의 지팡이와 그를 휘감는 뱀이 그려져 있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지구를 위해 고생하던 의료진을 위한 메시지였다. 반면 인제뉴어티 드론에는 미션의 성공을 바라는 부적이 하나 붙어있었다. 인류 최초의 비행기였던 플라이어호의 날개 조각을 아주 작게 잘라 붙여놓은 것이다. 이는 플라이어 호처럼 인제뉴어티도 화성의 상공을 성공적으로 날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퍼서비어런스에 부착된 알루미늄 판이 가운데 부분에 보인다.(NASA/JPL-Caltech)


 이번 유로파 클리퍼에 들어가 있는 금속판에는 미국의 시인 에이다 리몬이 작성한 ‘In Praise of Mystery’라는 제목의 시 이외에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초기 행성 과학자로 유명했던 론 그릴리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외계 문명을 찾을 가능성을 계산하는 공식인 드레이크 방정식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물’이라는 단어를 103개 언어로 표현한 음파 파형을 시각적으로 만든 그림이 반대편에 그려져 있다. 이번 미션이 외계 위성의 ‘물’과 관련되어 있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유로파 클리퍼의 금속판 모습 (NASA/JPL-Caltech)


왜 우리는 우주에 메시지를 보낼까

 그렇다면 왜 학자들은 우주에 이런 메시지를 자꾸 전달하려 하는 것일까. 우주에 나가는 탐사선은 그 중량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너무 무거운 위성은 발사에 드는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된다. 멀리 가야 하는 탐사선일 경우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기체를 가볍게 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물론 작은 금속판 하나가 드라마틱한 무게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그 약간의 질량 감소를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이런 탑재체를 포함시키는 것이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일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일 것이다.

 사실 이런 메시지 이벤트를 처음 시작한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 역시 레코드판이 정말 외계 문명에 닿아 우리를 알아봐 줄 것이라는 희망을 크게 품지는 않았다. (그 무엇보다 보이저의 황금 레코드판은 해독하는 것 자체의 난이도도 상당하다.) 재미있게도 방향은 우주였지만 그 메시지를 가장 많이 보고 논의하고 해석하는 것은 정작 지구에 있는 우리들이었다. 낭비라는 비판, 낭만적이라는 칭찬 등 상반된 의견이 쏟아지는 모습은 메시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인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NASA 역시 이런 프로젝트를 일반 대중과 과학 미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탐사선들이 지원을 받아 사람들의 이름을 데이터에 담고 우주로 떠나기도 한다. 그 탐사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얼마나 긴 시간을 건너 떠나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들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대중의 관심이 커져야 지속적인 자금 운용이 수월해지는 우주 탐사 분야의 숙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도 관심 없는 탐사는 애초에 시작도 못 할 테니까.

NASA 아르테미스 미션 홈페이지 사진. 달 탐사인 아르테미스 미션 중에 이름을 달에 보내주는 행사를 진행했었다.


 우리는 인류가 조금씩 먼 우주로 나아가는 도입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라 간 자존심 싸움에서 번졌던 과거 달탐사나 우주탐사의 시대는 끝났다. 과연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우주라는 세상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의 끝에는 학자들의 ‘낭만’이 들어가 있다. 모든 연구진이 단순하게 대중을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마음속에 있는 낭만이 여러 이유와 결합해 지금 같은 탐사선 한 쪽 작은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번 목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는 2031년이 되어서야 유로파에 도착할 예정이다. 6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우주를 여행할 탐사선의 출발이 성공하기를 기원해 보자. 탐사선에 들어간 시와 메시지가 그 여행을 외롭지 않게 지켜 줄 것이다.

참고자료

  1. 칼세이건 외. 2016. 지구의 속삭임. 사이언스북스
  2. 2024. NASA Unveils Design for Message Heading to Jupiter’s Moon Europa. NASA JPL
  3. 이재탁. 2024. 목성 위성 유로파 탐사선에 외계 생명체에 보내는 메시지. 테크튜브
  4. 메간 바텔스. 2023. NASA’s Europa Clipper Mission Carries Special Cargo: A Poem.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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