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영감: 푸른 노을이 지는 곳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을 사랑하게 되는 계절, 가을입니다. 유난히 청명한 낮 하늘, 달빛이 영롱한 밤하늘, 시시각각 붉게 물드는 노을. 당연한 말 같지만 이런 하늘은 지구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제2의 지구가 될지도 모를 행성, 화성의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요?

밝고 푸른 ‘지구’의 하늘
다소 어둡고 붉은 ‘화성’의 하늘(사진: NASA/JPL-Caltech/ASU/MSSS)


한낮

화성은 시도 때도 없이 부는 모래 폭풍 때문에 한낮의 하늘이 붉은 반면, 지구의 하늘은 요즘처럼 푸르릅니다. 두 행성은 하늘의 색깔뿐만 아니라 밝기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지구의 낮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지만 화성은 다소 어둡습니다. 태양의 크기 때문이죠. 화성이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지구보다 약 1.5배 더 멀기 때문에 태양이 훨씬 작게 보인답니다. 화성에서 보이는 태양의 크기는 지구에서보다 5/8 정도이고, 밝기는 40% 어둡게 보입니다. 화성에서 쨍쨍한 햇빛은 기대하기 힘들겠습니다.

일몰

‘지구’ 일몰 (사진: 판교어린이천문대 돼찌선생님)
‘화성’ 일몰 (사진: NASA/JPL-Caltech/MSSS/Texas A&M Univ.)


지구

두 일몰 색깔의 차이는 대기 성분에 있답니다. 지구 대기의 주성분은 매우 작은 질소 분자(80%)와 산소 분자(20%)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공기 입자에 부딪혀 퍼지는 것을 ‘산란’이라고 하는데요, 공기 입자처럼 작은 입자일수록 파란빛의 산란이 잘 일어나 한낮의 지구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거랍니다. 반면, 태양이 지평선에 가까워지면 태양빛이 통과하는 지구 대기의 거리가 더 길어지게 되는데요, 파란빛은 일찍 산란 되어 흩어져버리고 빨간빛은 끝까지 살아남아 하늘을 붉게 물들인답니다.

‘화성’의 일몰 (사진: NASA/JPL-Caltech/MSSS/Texas A&M Univ.)


화성

화성은 지구와 다르게 대기가 희박하고 잦은 모래바람으로 대기 중에 모래 입자가 떠다니는데요, 모래 입자처럼 큰 입자일수록 빨간빛의 산란이 잘 일어나 화성의 낮 하늘을 붉게 물들인답니다. 반면, 태양이 지평선에 가까워지면 빨간빛은 먼 거리를 날아오다 일찍 흩어져버리고 남아있던 파란빛이 태양 주변 하늘을 푸르게 물들인답니다. 여러분은 어떤 노을이 더 좋은가요?

보름달이 뜬 ‘지구’ 밤하늘 (사진: Unsplash 의 Davide Sibilio)
포보스가 뜬 ‘화성’ 밤하늘 (사진: NASA/JPL/MSSS/Justin Cowart)

지구의 달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천체였습니다. 달의 움직임으로 달력을 만들었고, 보름달이 뜨는 날은 특별한 날로 정해 행사를 합니다. 달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소원을 빌기도 하죠. 달은 지구에 1개가 있고, 화성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 총 2개의 달이 있습니다. 포보스는 둘 중에 더 크지만, 실제 크기는 지구의 달에 비해 150배나 작답니다. 화성에서 보면 지구에서 보는 달의 1/3 크기로 보이죠. 지구의 달에 비하면 너무 소박한데요, 만약 인류가 화성에서 태어난 화성인이었다면 이렇게 작은 달을 보고도 우리의 세계관, 인생관, 생활습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까요?

일식

‘지구’에서 본 개기일식 (사진: 수지어린이천문대 신용운 대장)
‘화성’에서 본 개기일식 (사진: NASA/JPL-Caltech/ASU/MSSS/SSI)


일식은 행성의 위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며 태양을 가리는 현상입니다. 지구에서의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딱 맞게 가리며 그 순간 태양 주변에 퍼져있는 코로나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가 딱 맞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진귀한 현상이죠. 어린이천문대 선생님들은 지구의 개기일식을 보고 또 보기 위해 해외 원정을 몇 번이나 떠나는데요,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화성의 달은 포보스와 데이모스로 2개나 되지만 크기가 작아서 태양 전체를 가리지 못한답니다. 게다가 그 모양을 보면 지구의 달처럼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것을 볼 수 있죠. 만약 화성의 개기일식을 목격하게 된다면 어떤 감동이 느껴질까요?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호가 포착한 화성에서의 개기일식


은하수와 유성우

‘지구’에서 본 페르세우스 유성우 (사진: 용인어린이천문대 불꽃선생님)
‘화성’ 지표에서 발견된 운석. 유성체가 대기 중에서 전소하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사진: NASA)


화성에서는 은하수와 유성우를 볼 수 있을까요? 네! 심지어 화성에서 보는 은하수 풍경은 지구에서보다 더 멋질지도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올림푸스 화산 정상에 서서 혹은 거대한 마리너 계곡의 절벽 끝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은하수 풍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 한줄기 유성을 보게 될지도 모르죠. 화성은 대기가 매우 희박하지만, 돌덩이를 불태워 빛줄기를 만들어낼 정도는 된답니다. 물론, 다 타지 못한 채 땅으로 떨어지는 운석도 있지만요. 언젠가 화성에 사람이 가게 된다면, 유성우가 떨어지는 시기에 맞춰 가면 좋겠네요!

두 행성의 하늘을 비교해보니 오늘따라 지구의 청명한 가을하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데요, 지구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화성에서의 새로운 삶도 꿈꿔보면 좋겠습니다. 푸른 노을이 지는 곳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참고자료

  1. Love to see the night sky on Mars? This is what it would be like to stargaze on the Red Planet, BBC Sky at Night
  2. 화성의 일몰은 왜 파란색일까, 테크튜브
  3. Sunset in Mars’ Gale Crater, NASA/JPL

※ 본 게시물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포스트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
※ 작성자 : 아스트로캠프 김선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