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할리우드에서 우주 관련 영화가 한 편 개봉을 했다.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은 전 세계 약 4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제작비가 1억 달러를 넘겼다는 걸 생각하면 심각한 실패처럼 보이지만 애초에 애플 TV에 팔렸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만회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비록 아주 흥행을 한 것도 아니고 파급력이 엄청났던 영화도 아니지만 이 작품 속에 나온 이야기는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흥미를 끌 수 있었다. NASA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바로 ‘달 착륙 음모론’이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을 했던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착륙 장면은 조작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비틀어 로맨틱 코미디에 섞어 보여주고 있다. 영화 내용도 재미있게 볼만하지만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어째서, 왜 사람들은 달 착륙을 믿지 않는 것인가라는 의문점도 따라오게 된다. 과연 그들의 신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달 착륙에 대한 음모론 출발점은 19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 출신이며 NASA의 홍보 관련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빌 케이싱이라는 작가가 쓴 책 ‘우리는 달에 간 적이 없다: 미국의 300억 달러 사기극’이라는 책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본인이 NASA의 관계자였다는 점을 들어 설득력을 높이고 달 착륙 자체가 사기극이었다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뤄 관심을 끌려고 했다. (정작 그가 NASA에서 한 일은 문서 작업에 가깝고 로켓이 완성되기도 전에 퇴사했었다는 점은 아이러니지만..) 그의 의도는 정확하게 사람들의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언급한 내용은 그럴듯한 이유가 되어 아직까지 달 착륙 음모론의 기둥이 되고 있다. 2001년에는 미국의 주요 방송사 중 하나인 FOX 채널에서 방영한 ‘음모론: 우리는 정말 달에 갔을까?’라는 다큐에 출연하여 그의 주장을 더욱 널리 퍼트리기도 했다. 과연 그는 무슨 근거로 달 착륙을 부정했을까.
1.달에서 성조기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유명한 달 착륙 음모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볼 수 있다. 바람은 공기가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성조기가 바람에 흔들린다는 것은 ‘공기가 희박한 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생각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한 말 같지만 이 부분은 정말 쉽게 논파가 가능했다. 애초에 성조기 깃발 윗부분에 깃대가 추가로 있었던 것이다. 만약 깃발이 바람에 흔들린 것이 맞는다면 한쪽 방향으로 펄럭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영상 속 모습은 좌우로 꾸준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한 번 흔들린 깃발이 진자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2. 달에서 찍은 사진에 별이 없다.
달에는 구름이 없다. 공기가 없는데 대기권에 지구 같은 현상이 생기길 바라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달에서 별이 훨씬 잘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우주인들이 찍은 달 사진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이것이 달 착륙이 조작되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진을 조금 찍어본다면 얼마나 허망한 소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촬영 대상에서 날아온 빛을 센서에 담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별을 찍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카메라에 빛을 담아야 한다. 그럼 어떤 일이 생길까? 당연히 달 표면과 우주인은 과도하게 들어온 빛에 의해 새하얗게 변해버릴 것이다. 우리가 본 달의 사진은 표면과 우주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태의 사진에는 별이 찍힐 수 없다. 찍힌다면? 그게 더 조작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3. 사진 속 그림자의 방향이 같지 않다.
사진을 잘 보면 그림자의 방향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는 빛을 내뿜는 광원이 태양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뜻이며 우주가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조작해서 찍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것 역시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애초에 달에서 찍은 사진에 광원은 태양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 표면, 가까운 거리에서 빛을 반사해 주고 있는 지구도 보조 광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보름달이 뜬 날 달빛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는 보름달보다 더 강력한 빛을 달에게 보내주고 있으니 보조 광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서 그림자의 각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원근법을 생각해도 멀리 떨어진 물체가 같은 각도의 그림자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지구에서 사진을 찍어도 똑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4. 인간은 지구의 밴 앨런대를 통과할 수 없다.
지구 주변에는 지구 자기장에 의해 생성된 밴 앨런대라는 방사선 벨트가 존재한다. 태양풍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붙잡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인공위성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달에 가려면 필연적으로 이 밴 앨런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몸으로 강력한 방사능을 통과할 수 있을까? 달에 인간이 절대 갈 수 없다는 증거로 제시된 내용이다. 이것 역시 밴 앨런대의 방사선을 살펴보면 잘못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밴 앨런대를 구성하는 방사선 입자는 주로 헬륨 원자핵(알파선)과 전자(베타선)이다. 이 두 입자는 유리나 알루미늄으로도 방어가 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방사선인 감마선(이 방사선은 아주 두꺼운 납이 있어야 막을 수 있다.)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폴로 우주선이 밴 앨런대를 통과한 시간은 고작 1~3시간 남짓이다. 실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이 달 탐사 중 평균 피폭량은 1.8mSv 정도로 우리나라의 일상생활에서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약 3.8mSv 임을 감안하면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간과 1주일의 비교라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NASA의 우주비행사 연간 허용 피폭량이 500mSv였다.)
위에 설명한 내용은 가장 대표적인 음모론 중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이것 말고도 달 착륙선의 불꽃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달에 산소가 없는데 불꽃 꼬리가 길게 나타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착륙선 아래에 착륙으로 인한 분화구가 없다는 이야기 (달 표면 먼지 아래 토양이 단단하며 착륙을 충돌하듯 하지 않았다.), 커다란 엔진 소음이 우주비행사의 통신에서 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 (공기가 없는데 소리가 무슨 수로 전파될 것인가!) 등 조금만 생각해도 너무나 쉽게 해결되는 주장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달 착륙 음모론을 믿는 사람의 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연구팀은 2021년 113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에서 미국이 달 착륙을 하지 않았다는 의견에 동의한 사람이 무려 12%가 나왔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질문에는 10%가 동의한다고 말하는 결과도 있었다.) 여기에 ‘확신할 수 없다’라는 대답마저 17%가 나왔으니 전체 수치로 봤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달 착륙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일까. 단순하게 ‘그들이 이상한 사람이라서’라고 대답하기에는 음모론은 달 착륙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끊임없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믿음의 기저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자신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 있다. 자기 본위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상황을 자신에 유리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1997년 US뉴스&월드 리포트라는 곳에서 ‘이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를 조사한 결과, 테레사 수녀가 79%의 높은 득표를 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천국에 갈 것이라 대답한 퍼센트는 87%였다.
이 과정에서 나를 높게 보고 남을 낮게 보는 경우가 생기고 ‘나는 괜찮지만 너는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기 자신을 과신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믿는 무언가는 논리적 추론, 증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주목, 확대하고 그 외의 정보를 무시해 버리는 ‘확증편향’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달 착륙 음모론에 증거로 제시되는 많은 내용은 이미 NASA에서도 여러 차례 해명했으며 무수히 많은 반박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것을 받아들이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되곤 한다. 물론 달 착륙 음모론은 단순히 개인의 확증편향만으로 해석하기에는 외부 요인들도 존재한다는 의견이 많다. 1970년대 혼란스러운 미국의 상황 속에서 달 착륙이라는 거의 불가능처럼 보이던 미션의 성공은 또 다른 의문점을 나오게 했다. 왜 미국은 저런 어려운 일을 성공할 정도로 대단한 나라인데 베트남 전쟁과 국내외의 다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쉬운 방법으로 ‘달 착륙 같은 어려운 일 역시 사실은 실패했다.’라고 생각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과학을 하는 것에 있어 비판적 사고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합리적 의심을 통해 ‘진리’라는 것에 의문을 품고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생각을 이어나가는 행위는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점을 가져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끝낸 뉴턴이 그랬고 뉴턴을 끝낸 아인슈타인이 그래왔던 것처럼 절대적인 것 같았던 생각을 의심한 사람들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례도 많다. 그러나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정말 ‘합리적 의심’이고 ‘논리적 사고’가 맞는지 그것은 의심하고 있는가? 과학에서 ‘사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장’만 있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다른 연구가 뒤따라야 하며 수많은 입증과 논쟁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모론은 ‘주장’만 있으며 그에 따른 논쟁의 과정은 생략된다. 과연 이런 태도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과학의 진실은 언제나 더 간결하고 쉬운 설명을 지향하고 있다. 나의 믿음에 따라 더 어렵고 먼 길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면 이 ‘믿음’ 자체가 이미 과학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 더 이성적인 판단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참고자료
- 플라이 미 투 더 문. 그렉 벌렌티. 콜롬비아 픽쳐스, 소니 픽쳐스. 2024
- 로저 D. 라우니우스. 2019. Yes, the United States Certainly DID Land Humans on the Moon. Smithsonian MAGAZINE
- 리처드 굿윈. 2019. One giant … lie? Why so many people still think the moon landings were faked. The Guardian
- 올리비아 B. 왁스먼. 2024. Separating Truth From Fiction in the New Space Race Movie Fly Me to the Moon. TIME
- 최영주. 2024. NASA는 왜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지원했을까. 노컷뉴스
- 이정호. 2022. ‘달탐사’ 아르테미스 발사부터 삐끗…53년전 진짜 달에 가긴 갔나. 경향신문
- 백수진. 2024. 나사가 달 착륙 음모론 영화에도 지원한 이유는?. 조선일보
- 마이클 셔머. 2020. 스켑틱, 회의주의자의 사고법.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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