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영감: 우주 사진은 원래 흑백이었다!

 2021년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지구 밖으로 발사된 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것은 사실 과학자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랍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은 원래 0101과 같은 이진법으로 된 데이터였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볼 수 있는 흑백 사진으로 바꾸고, 과학적 분석과 상상력을 더해 색깔을 입히면, 현재 우리가 보는 화려한 우주의 모습이 완성되죠. 그런데 우리 눈으로 보는 우주의 모습과 사진은 왜 이렇게 차이가 클까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가공 전의 원시(raw) 사진 (왼쪽), 선명한 흑백 사진으로 처리된 모습 (가운데), 색상을 입히고 보정한 최종 모습 (오른쪽)


실제 우주의 모습과 사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빛이 존재한다.’

‘이 중에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종류는 한 가지(가시광선) 뿐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빛들이 뒤섞여 존재하고 있다.’

만약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우주의 빛을 촬영하는 것은 중요하죠. 보이지 않는 빛의 종류에는 적외선, 자외선, X선, 전파, 감마선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적외선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바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입니다.

(파장에 따른) 빛의 종류. 파장은 ‘빛이 이동하는 보폭’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붉은빛 쪽으로 갈수록 보폭이 넓고, 푸른빛 쪽으로 갈수록 보폭이 짧다.


 하지만,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적외선을 감지할지라도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번역’이 필요하죠.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듯이요. 그래서 이러한 우주망원경들의 원시 이미지를 과학자와 대중이 알아볼 수 있게 번역해주는 사진 처리 전문가(science visuals developer)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직접 해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과정으로 이뤄진답니다.

빛의 검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과학자들이 설정한 관측 대상 쪽으로 카메라 렌즈를 향합니다. 그리고 특정 파장을 가진 빛만 검출해내기 위한 필터를 장착합니다. 그러면 필터를 통과한 특정 빛만 검출기에 닿게 됩니다. 이렇게 받은 데이터를 이미지로 나타내면 기본적으로 흑백입니다. 색깔이 필요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죠. 왜냐하면, 관측 대상에 특정 빛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있다면 ‘센 지, 약한 지’에 대한 정보만 담고 있으니까요. 특정 빛이 없다면 검은색으로 나타날 것이고, 조금 있다면 회색, 많으면 많을수록 밝아져 흰색으로 나타난답니다.

색상을 부여하기 전 흑백 사진


빛의 색상 부여

 하지만,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는 약 20개의 필터가 있습니다. 이 필터들을 사용하여 여러 개의 흑백 사진을 얻었다면 어떨까요? 이는 각각의 정보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과 같죠. 그래서 이 사진들을 하나로 합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성할 때는 사진 속 정보가 구별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드디어 사진마다 서로 다른 색상을 부여하는 것이죠!

 제임스웹이 보여주는 우주 사진들은 마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지만, 색상을 부여할 때는 미적 요소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진2에서 알 수 있듯이 빛은 붉은색으로 갈수록 파장이 길고, 푸른색으로 갈수록 파장이 짧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특성을 반영하여, 파장이 긴 필터를 통과한 빛은 빨간색을 부여하고 파장이 짧은 필터를 통과한 빛은 파란색을 부여합니다. 중간 파장의 빛들도 파장 길이의 ‘순서’에 맞게 색상을 부여합니다. 우리 눈에 보인다는 가정하에 나름의 ‘과학 규칙’을 지키는 것이죠.

사용된 필터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이 부여된 모습들(왼쪽). 상단의 문구는 사용된 필터의 종류를 의미한다. 예를 덜어, F090W는 파장이 약 9,000nm인 빛만 통과시키는 필터라는 의미이다. 파장 길이가 짧을수록 붉은빛, 파장 길이가 길수록 푸른빛이 부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오른쪽) 왼쪽의 사진들을 모두 합친 ‘초기 합성 사진’


 실생활에서도 이 방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적외선 치료기에서 나오는 빨간빛, 자외선 살균기에서 나오는 파란빛입니다. 적외선과 자외선 모두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이기에, 기기가 잘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빨간색과 파란색을 조금씩 섞은 것이랍니다. 여기에 분홍색이나 초록색을 써도 되지만, 과학적 규칙을 반영한 것이죠.

빛의 합성

 그런데 합성한 사진이 기대했던 진한 색감의 사진과는 다소 차이가 있죠? 아직 초기 합성 사진으로, 몇 가지 처리 과정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필터에 부여된 색상 중 특정 색상만 두드러지지 않게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진의 회전 각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우주 공간은 위, 아래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논의를 통해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는 회전 각도를 결정해야 하죠. 또, 영화 같은 감동을 주기 위해 사진을 정사각형으로 자를지, 직사각형으로 자를지도 고민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진 처리 담당자들의 주관적인 의견도 담기지만, 반드시 원본 데이터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거친답니다. 그야말로 과학과 예술의 환상적인 콜라보라고 할 수 있죠!

안개가 낀 것 같은 초기 합성 사진(왼쪽). 색상과 대비 처리를 통해 깨끗해진 사진(가운데), 추가 보정을 통해 더 많은 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최종 사진(오른쪽).
환상적인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 최종 사진. 우주의 먼지와 가스가 뭉쳐진 이곳에서는 이름처럼 수많은 별이 탄생하고 있다.


 사실 과학자들은 이렇게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완벽하게 아름다운 우주 사진을 만드는 일을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오류와 왜곡된 부분을 제거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겹쳐보는 데까지만 하고 곧바로 분석에 들어가죠. 그럼에도 이런 풀 컬러 이미지는 필요합니다. 한눈에 볼 수 있어 과학적 분석을 용이하게 하고, 동료 과학자와 공유하여 의견을 나누기에도 좋죠.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대중에게 주는 울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던 사진을 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여러분은 우주 사진을 보면 어떤 울림이 느껴지시나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던 사진, 용골자리성운의 우주절벽(Cosmic Cliffs). 한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배경화면이 되어주었던 사진이다. 창조의 기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는 곳이다.

참고자료

  1. How Are Webb’s Full-Color Images Made? (WEBB, STScI)
  2. Image Processing (esa)
  3. How scientists colorize photos of space (Vox)
  4. “Cosmic Cliffs” in the Carina Nebula (NIRCam Image) (WEBB, STScI)

※ 본 게시물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포스트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
※ 작성자 : 아스트로캠프 김선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