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폭탄이 되어버린 별. 80년 만의 신성이 온다!

 최근 천문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별이 하나 있다. 올해 9월 안으로 신성이 하나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월 단위 내로 예견한다? 이것 자체도 신기한 일인데 터진 신성이 밤하늘에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밝아질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천체 현상을 더욱더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알고 보면 더 신기한 우주의 폭탄. 신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신성? 초신성?

 우리는 종종 초신성, 신성이라는 단어를 천문학이 아니더라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활약하는 운동선수, 배우, 가수 등을 초신성이나 신성에 비유하여 언급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언가 갑자기 등장할 경우 비유를 하는 것처럼 초신성이나 신성은 하늘에서 어느 순간 확 밝아지는 천체를 보고 지어진 이름이다. NOVA(신성)이라는 이름 자체는 1573년 발간된 티코 브라헤의 책 ‘De nova stella’ (새로운 별)에서 처음 등장했다. 발간 1년 전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발견된 의문의 천체를 보고 ‘새로운 별이 탄생하였다!’ 생각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반면에 Supernova(초신성)라는 이름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1938년, 프리츠 츠비키와 발터 바데가 신성 연구를 하면서 만든 용어였다. 그들은 신성 연구를 하면서 초신성이라는 존재는 일반적인 신성과 다른 천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이 촬영한 티코의 초신성 SN1572. 티코는 신성이라 표현했지만 추후 초신성 현상이었음이 밝혀졌다.


 가장 간단하게 신성과 초신성을 구별하는 방법은 그냥 밝기 그 자체로도 볼 수 있다. ‘슈퍼’라는 말이 붙은 만큼 초신성은 그 광도가 신성에 비해 수천 배, 수만 배 이상 밝아진다. 하지만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은 많이 다르다. 먼저 초신성은 그야말로 별의 마지막 모습인 경우라 볼 수 있다. 먼저 2형 초신성의 경우 질량이 높은 별의 생애 마지막에 발생하는 사건이다. 태양 질량의 최소 9~10배 무거운 별들은 마지막에 중심핵이 붕괴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만든다.

초신성 폭발 상상도. 초신성 폭발의 밝기가 은하 하나의 밝기와 비슷해질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이미 죽은 별이 또 터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1a형 초신성이라 부른다. 별이 죽은 후 자신의 껍질을 다 날리고 백색왜성이라는 잔해가 되면 강한 압력으로 뜨거워진 상태에서 천천히 식어가는 일만 남게 된다. 그런데 이 백색왜성으로 우주 공간의 다른 물질이 빨려 들어올 경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주변에 다른 별이 있어 그 별의 물질을 빨아먹거나 성간 구름을 지나가면서 물질을 얻거나 기타 여러 방식으로 얻은 물질이 백색왜성의 질량을 늘어나게 만들다 어느 순간 백색왜성의 한계 질량(태양 질량의 1.44배. 찬드라세카 한계라 부른다.)을 넘으면 다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 조각나게 된다.

백색왜성으로 빨려들어가는 적색거성 물질의 상상도


 이처럼 우주 공간에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초신성이라면 신성은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주에는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의 경우 혼자 있는 것보다 여러 별이 같이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중 두 개의 별이 같이 있는 쌍성은 서로를 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이좋게 공전하고 있는 두 별이라 하더라도 도원결의처럼 동시에 그 끝을 같이 할 수는 없다. 둘 중 하나의 별이 먼저 생을 마감하고 백색왜성이 되어도 남은 별은 그 주변을 돌고 있다. 그 남은 별이 나이가 들어 적색거성으로 크기가 커지면 표면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이 불안한 별의 바깥 물질이 죽어있는 백색왜성의 중력권에 들어가게 되면 조금씩 죽은 별의 표면으로 축적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쌓인 물질이 죽은 별의 표면에서 회춘 현상을 만들어 낸다. 다 끝난 줄 알았던 핵융합 반응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급격한 밝기 변화를 신성이라 하는 것이다. 잠깐의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뿜어내고 나면 다시 백색왜성은 빛을 잃어 어두워지고 주변 별의 물질을 흡수하는 과정이 반복되게 된다. 이 때문에 초신성은 별의 마지막이며 다시 일어날 수 없지만 신성은 그 모습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번 신성은 언제 터질까?

 이번에 이슈가 된 별은 봄철의 별자리 중 하나인 북쪽왕관자리에 위치한 북쪽왕관 T별(줄여서 T CrB라 부른다.)이다. 약 10등급의 밝기를 가진 이 별은 지구에서 약 3000광년 떨어져 있는 쌍성계이다. 지구 크기의 백색왜성(지구 크기 안에 태양 정도의 질량이 들어가 있다.)과 적색거성으로 구성된 이 쌍성계는 신성이 나타나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이 신성 폭발 현상이 처음 확인된 것은 1217년 가을, 독일 우르스베르크 수도원의 수도원장의 기록이었다. “아리아드네의 왕관(북쪽왕관자리를 지칭한다.)에서 원래 희미했던 별이 한동안 밝게 빛났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이 기록은 신성이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후 1787년, 1866년에도 관측되었던 이 신성은 1946년을 마지막으로 잠잠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록을 토대로 해당 신성이 약 80년 주기로 관측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2년 5월에 촬영한 북쪽왕관자리의 모습. T CrB를 확대한 모습 포함. (촬영자: 의왕어린이천문대 훈남쌤)


 관측 기록만이 신성의 폭발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80년 주기가 정확히 맞다면 사실 폭발해야 하는 때는 1946년 이후 2026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2년 빠른 지금 천문학자들이 9월 안에 신성이 관측될 거라고 하는 근거가 또 있다. 신성이 일어나기 전 별의 밝기에 특이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약 10년 전부터 조금씩 밝아지던 별빛이 폭발 직전 급격한 밝기 감소를 보인다는 점이었다. 1866년과 1946년 폭발 때 쌓인 데이터와 동일한 현상이 최근 이 별에서 나타났다. 2023년 말부터 급격히 어두워진 별의 밝기가 신성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전조현상이라는 것이다.

1946년 당시 폭발 직전 밝기가 어두워짐을 보여주는 그래프. (AAVSO)


이번 신성이 중요한 이유?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신성은 사실 아주아주 드문 경우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우리 은하 안에서도 T CrB 외에 주기가 밝혀진 다른 신성이 존재한다. 또한 다른 은하에서도 신성이 종종 발견되고는 한다. 하지만 이번 T CrB가 조금 특별한 이유는 폭발할 때 최대 밝기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약 2.5등급으로 밝아질 별은 북극성 정도의 밝기가 된다. 아주 뚜렷하게 잘 보이는 1등급 이상의 밝기는 아니겠지만 어둠에 적응만 된다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T CrB 외에 주기가 알려진 신성 중 가장 밝아지는 별은 뱀주인자리에 위치한 RS Oph로 약 5등급까지 밝아진다. 이 정도 밝기면 맨눈으로 보기 거의 어렵다 볼 수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발견된 신성의 모습. 다른 은하에서 일어난 신성을 맨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촬영: 의왕어린이천문대 신정욱 대장)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신성 폭발이 일어나는 매커니즘을 더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약 80년 전에 신성 폭발 당시에는 관측 장비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못했다.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적외선, X선 등 여러 빛을 통해 관측할 장비가 우주를 떠다니고 있다. (실제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 신성을 관측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눈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방대한 과학적 자료의 축적을 기대할 수 있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이번 신성이 80년 만에 일어나고 생애 한 번 볼 수 있는 엄청난 일이라고 이야기해도 막상 그 변화가 일상적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2.5등급의 밝기는 물론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밝기지만 별자리에 익숙하고 평소에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그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이 신성을 가끔 기사에서 등장하는 ‘역대급 우주쇼!’ 같은 호들갑 중 하나로 끝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조금씩 훈련이 필요하다. 맑은 하늘에서 고개를 들고 별자리를 하나씩 찾아보자. 평소에 항상 머리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밝은 별들을 눈에 담다 보면 어느 순간 보지 못했던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할 것이다. 다 죽어있던 별의 잠시간의 회춘. 내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별의 단말마 외침을 눈에 담고 느껴보도록 하자. 일생에 단 한 번뿐일지 모를 기회를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쉽지 않겠는가!

T CrB를 찾는 방법. 8월 초 22시 하늘의 모습이다. 아크투루스와 베가는 1등급의 별이기 때문에 매우 잘 보인다. 그 사이에서 북쪽왕관자리를 찾을 수 있다.

참고자료

  1. 조나단 딜. 2024. NASA, Global Astronomers Await Rare Nova Explosion. NASA
  2. 브래드 쉐퍼 외. 2023. Announcing T CrB pre-eruption dip. AAVSO
  3. 엘리자베스 가밀로. 2024. How to see T Coronae Borealis, the ‘brightest nova of the generation’. Astronomy.com
  4. 이지 피어슨. 2024. T Coronae Borealis nova could become a ‘new star’ in the sky any day now, and will be as bright as the North Star. BBC sky at night MAGAZINE
  5. 곽노필. 2024. 80년 만에 터지는 우주 시한폭탄…‘신성’ 폭발 우주쇼 예고. 한겨례
  6. 지웅배. 2024. [사이언스] 오는 9월 ‘신성 폭발’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비즈한국
  7. 이광식. 2016. [아하! 우주] ‘우주 최대 드라마’ 초신성은 ‘신성(新星)”이 아니다. NOW news

Copyright 2021. 의왕천문소식 김용환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dydgks0148@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