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풍경
요즘 주변의 농지 길을 가다 보면 물이 찰랑찰랑 채워진 논에 모가 듬성듬성 심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6월 초부터 6월 21일 하지까지 모심기(모내기)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하지가 지나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므로 하지가 지나기 전 서둘러 모심기를 하죠. 그리고 하지가 지나면 논에 물이 마르지 않게 물을 대주어야 한답니다.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벼농사에서 물은 중요합니다. 이처럼 농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하지, 천문학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란?
지구가 태양을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면서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이 달라지는데요, 이것을 기준으로 1년을 4개의 계절로 나누고 있습니다. 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계절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절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태양의 위치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누어 부르고 있답니다. 계절은 6월~8월과 같은 범위를 나타내지만, 절기는 특정한 날을 나타내는데요, 이 중 천문학에서 의미 있는 절기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입니다.
이 중 ‘하지’는 ‘여름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며, ‘낮이 가장 길다’는 의미로 ‘장지(長至)’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하지에는 (태양이 가장 높이 떴을 때의 각도인) 남중 고도가 76도로 가장 높아, 일사 시간과 일사량이 가장 많은 날이랍니다. 땅을 뜨겁게 달궈 엄청난 복사열을 만들어내고, 바다를 데워 열에너지를 흡수한 거대한 비구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죠.
하지만 하지 때 기온이 가장 높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기온이 가장 높을 때는 가을의 문턱인 8월 초의 ‘입추’랍니다. 최근 30년 평균기온을 보았을 때, 하지 22.7℃, 대서 26℃, 입추 26.7℃로 가장 기온이 높았던 때는 입추였습니다. 가장 많은 열을 받는 하지부터 지표면이 뜨겁게 달궈지며 열이 차곡차곡 쌓여 점차 기온이 상승하기 때문이죠.
하지 때 다른 나라는?
하지 날 우리나라는 낮이 가장 길어지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동안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북극에 가까운 곳에서는 여름 내내 해가 지지 않은 ‘백야’ 현상이 일어납니다. 백야 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양의 고도만 낮아졌다 높아질 뿐 지평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 낮만 24시간 이어집니다. 반면, 남극에 가까운 곳에서는 온종일 해가 뜨지 않아 밤만 24시간 이어지는 ‘극야’ 현상이 일어난답니다.
*더 알아보기!
적도 지역에서는 1년 내내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으며, 춘분과 추분에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떠서 그림자가 잠깐 사라진답니다.
관련영상: https://youtu.be/8WxzFKF7xNo?si=lkwUcsMqz7SNMJdH
이상 고온
춘분, 하지, 추분, 동지는 1년을 주기로 반복되며 지구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리듬은 곧, ‘기후’를 뜻하는데요, 때때로 지구의 리듬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며 이는 곧,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을 뜻합니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읽었던 하지의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죠. 어쩌면 50℃를 넘는 살인적인 폭염, 1년 강우량을 훌쩍 넘는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는 폭우와 같은 끔찍한 재해 풍경으로 바뀔 수도 있죠. 올여름의 시작부터 세계 곳곳에 재해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요, 모두가 오래도록 건강한 자연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6월의 관측 대상: 태양의 흑점
1.태양빛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을 관측해볼까요?
2.태양 필름이 부착된 태양 전용 안경을 씁니다.
3.태양을 자세히 보면 작고 까만 점(흑점)이 콕콕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태양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라 흑점이 많이 발생하니 자주 들여다보세요.
4.아무리 안전한 관측 도구라도 너무 오래 보면 해로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참고자료
- 한국세시풍속사전 여름편
-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1912-2020년)
- [현장의재구성] 50도 폭염에 물난리…지구의 분노?
- 75년만의 폭우에 두바이 이틀째 대혼란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태양 고도/방위각 계산
※ 본 게시물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포스트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
※ 작성자 : 아스트로캠프 김선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