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 탐사선의 출발 – 우주 광산을 찾아

 오시리스-렉스의 소행성 샘플 귀환이 1달도 되지 않은 10월 13일 오전 10시 19분(미 현지 시각). 새로운 소행성 탐사선이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우주를 향해 출발했다. 목표로 삼은 소행성과 같은 이름을 가진 탐사선 프시케. 앞으로 약 6년 동안 35억km의 여정을 떠나야 하는 프시케 탐사선은 무엇을 위해 발사대에 올랐던 것일까?

프시케 탐사선의 발사 모습. 이 발사는 팰컨 헤비로 진행하는 NASA의 첫 심우주탐사 미션이다.


 소행성은 태양을 도는 궤도에 의해서도 종류를 나눌 수 있지만 그 구성 성분을 통해서도 구별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망원경으로 관측해도 작은 점으로 보이는 이 소행성을 구별해 내는 것 역시 표면에 반사된 빛의 스펙트럼이다. 처음 제안된 분류법은 197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인 클라크 채프먼, 데이빗 모리슨, 벤 젤너가 제안한 방법이었다. 소행성의 색, 알베도(천체의 표면 반사율을 의미한다.), 스펙트럼 형태를 기반으로 나온 분류는 크게 3종류로 구별한다. 아주 어두운 탄소질 소행성은 C형, 돌 성분(규소 성분)이 많은 S형, 마지막으로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은 U형 소행성이다. 이 간단한 분류는 이후 기술이 발전하여 좀 더 세밀하게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여러 갈래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1984년 데이비드 톨렌이 제안한 방식은 3가지 커다란 항목(이때는 탄소질 C형, 돌 성분 S형과 기타 소행성군을 X형이라 분류했다.) 아래 여러 개의 세부 분류가 포함되어 있다. 2019년 일본의 하야부사 1호가 최초로 샘플을 가지고 돌아온 소행성 이토카와는 S형 소행성이었으며 2020년 두 번째로 귀환한 하야부사 2호가 다녀온 류구는 C형 소행성이었다. 마찬가지로 얼마 전 복귀한 오시리스-렉스가 다녀온 베누도 넓게 보면 C형의 탄소질 소행성이었다.(C형의 하위 그룹인 B형에 속했다.)

2023년,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가 공동으로 소행성을 기계학습법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X형 소행성 속에 M형 소행성이 포함된다.


 이렇게 나눠진 종류 중 M형 소행성의 경우 상당히 특이한 성질을 가진다. 일단 수가 매우 적다. C형 소행성이 발견된 소행성 중 75%를 차지하며 S형 소행성이 약 17%를 차지함을 생각하면 5% 정도를 차지하는 M형 소행성은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그 구성 성분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 철과 니켈, 금, 텅스텐 등의 금속 함유량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당장 이 금속형 소행성 중 가장 거대한 프시케에는 전체 부피의 60%가량이 철 같은 금속으로 추정되고 있다. 돌덩이나 얼음덩이가 아닌 금속 덩어리인 프시케는 연구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인 것이다.

프시케 소행성의 상상도


프시케의 정체를 알면 지구를 안다?

 프시케는 다른 M형 소행성처럼 소행성대의 중앙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그 크기 역시 소행성 치고는 상당히 큰 편인데 가장 큰 폭이 280km가량 된다. 이는 서울에서 대구 부근까지의 거리로 볼 수 있다. 이전에 탐사에 성공한 이토카와, 류구, 베누 등의 소행성의 크기가 km 단위도 안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크게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프시케가 탐사를 시도한 가장 거대한 소행성은 아니다. 이미 2011년 현재 가장 큰 소행성인 베스타를 탐사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프시케 같은 M형 소행성이 원시 행성의 식어버린 핵으로 추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내부 구조의 모습. 아래쪽부터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지구의 내부 구조는 크게 지각, 맨틀, 핵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 중 우리가 직접 탐사가 가능한 곳은 지각의 제일 끝 일부분뿐이다. 현재 인류가 가장 깊게 판 곳으로 기록된 곳은 러시아 콜라반도에 위치한 ‘콜라 슈퍼딥 보어홀’이다. 약 12km 정도의 깊이인 이 구멍은 육지 평균 35km 가까이 되는 지각의 두께를 넘어서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지구 반지름인 6300km를 생각하면 피부에 약간 스크래치를 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 내부의 핵을 연구하는 것은 지진파 같은 간접적인 방법만이 존재했다.

콜라 슈퍼딥 보어홀의 폐쇄된 시추공


 이러한 상황에서 M형 소행성은 이 핵 연구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학자들은 태양계 초기 서로 충돌을 통해 크기를 키워나가던 원시 행성이 강력한 충돌에 의해 암석으로 된 부분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중심 핵만 남은 것이 아닌가 예측하고 있다. 만일 이 추측이 맞다면 프시케의 연구를 통해 지구 같은 금속 핵을 직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먼 거리를 떠나 오히려 우리 깊숙한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에서 광산을 찾다

프시케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 역시 금속 성분이라는 점이다. 지구에 있는 특별한 광물 자원의 가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팔라듐, 이리듐 같은 백금족 원소는 여러 전기 장치, 의료 장치에 사용되며 희토류 금속은 반도체, 전지 등의 전자 회로에 핵심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지구에서 이미 이러한 자원이 나라 간 외교에서 무기로 사용되기까지 할 정도이니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지구의 지표에서 이러한 금속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이미 지구의 중심부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행성이 안정화되면서 핵, 맨틀, 지각으로 분리되면서 무거운 금속은 아래로 내려간 것이었다. 땅을 깊게 파서 금속을 캐올 수 없으니 실제로 우주로 곡괭이를 돌린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소행성 채굴 상상도


 우주에 있는 소행성은 크기가 작아 지구 같은 분화 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 금속류가 표면 부분에도 상당히 많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시케는 아예 금속 덩어리나 마찬가지니 그 가치가 얼마 정도 할까. 금속이 관측 결과의 예상대로 존재한다면 무려 1000경 달러에 가까운 가치를 가진다고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정도의 광물이 한 번에 지구로 들이닥친다면 그 희소성이 떨어져 저런 단순 계산 가치가 그대로 적용될 리는 없지만 상당한 양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아직 소행성 같은 천체를 우주 광산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참 먼 이야기이긴 하다. 아무리 광물의 가치가 비싸도 그 채굴, 운송 비용이 감당할 수없이 비싸다면 아무런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쭉 이어지고 있다. 미국, 룩셈부르크, UAE, 일본 등의 나라는 이미 우주 자원법을 통과시켜 민간이 채굴하는 우주 자원의 소유를 인정하게 했다. 미국에는 이미 민간기업이 이 분야의 연구에 뛰어들어 채굴 계획 및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인 상태이다. 유명 영화 ‘아바타’에는 인류가 자원을 얻기 위해 다른 행성의 위성으로 향하는 설정이 나온다. ‘다른 행성’까지는 몰라도 ‘다른 소행성’으로 가는 길은 이제 그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확실한 확인을 위해 프시케가 출발한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판도라 위성


더 먼 우주를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

 프시케 탐사선에는 단순히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 말고 또 다른 임무가 있다. 이는 탑재되어 있는 장비를 보면 알 수 있다. 소행성의 표면 성분을 알기 위한 다중 스펙트럼 장치, 감마선, 중성자 분광계, 자기장 측정기(프시케가 행성의 핵이었다면 자기장의 흔적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중력장 측정기 등 다양한 장비가 탑재되어 프시케 소행성의 비밀을 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 특이한 장비가 하나 추가되어 있다. DSOC(Deep Space Optical Communications)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장치는 NASA에서 처음 시연하는 통신 장비이다.

DSOC 장비의 모습


 현재 우주로 나간 탐사선은 전파 무선 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DSN(심우주통신망:Deep Space Network)이라 불리는 기술은 1950년대부터 사용되는 기술이다. 거대한 70m짜리 안테나를 미국, 스페인, 호주에 설치하여 지구 어느 위치에서도 우주선의 전파 신호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놨다. 이 장치를 통해 아직도 보이저 호의 미약한 신호를 잡고 있으니 우주 탐사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DSN도 단점이 없지는 않은데 그 속도가 문제였다.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엄청나게 떨어지게 된다.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보낸 명왕성 관측 자료를 모두 다운받는데 걸린 시간만 무려 15개월가량이었다. 이 방법으로는 태양계 바깥쪽에서 통신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70m DNS 안테나의 모습


 그래서 NASA에서 사용한 방법은 레이저를 이용한 통신이었다. 기존 방식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시케 탐사선은 이 장치를 최초 2년 동안 시연하면서 레이저 광통신의 가능성을 체크하게 된다. 이것이 제대로 성공할 경우 화성 유인 탐사 등의 다른 프로젝트에 이 새로운 기술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DSOC 상상도


 프시케 탐사선은 앞으로 화성을 거쳐 약 6년의 비행 끝에 2029년 8월경. 소행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리고 26개월 정도의 탐사 기간 동안 상기한 임무를 열심히 수행할 것이다. 최근 점점 그 관심도와 빈도가 같이 올라가고 있는 태양계 탐사에서 또 한 번의 대성공을 거둬 경이로운 우주탐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프시케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영혼, 마음의 여신으로 등장한다. 금속으로 된 마음이자 영혼이라니 이름과 실제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편이다.
클린룸에 위치한 프시케 탐사선의 모습. 본체의 크기는 대형급 SUV 자동차 정도이다. 하지만 태양 전지판을 모두 펼치면 테니스 코트 급으로 커진다.

참고자료

  1. NASA 프시케 탐사선 홈페이지
  2. 곽노필. 2023. 사상 첫 금속 소행성 ‘프시케’ 탐사 나선다…철·니켈 채굴 기대. 한겨레
  3. 이정현. 2023. 프시케 탐사선, 다음 주 ‘보물 소행성’으로 떠난다 [우주로 간다]. ZDNET Korea
  4. 이정호. 2023. 지구의 비밀 찾아 먼 우주로 떠나는 역발상의 대장정. 경향신문
  5. 김태희. 2023. 소행성 탐사는 지구 밖 ‘보물섬’을 향한 여정. 동아사이언스
  6. 박시수. 2023. NASA의 금속 소행성 ‘프시케’ 탐사선 발사. SPACERADAR
  7. 한국천문연구원. 2023. 기계학습법으로 4,500여 개 소행성 구성성분 파헤친다
  8. 문홍규. 2022. 천문학자 시각에서 본 소행성 자원 채굴의 현재와 미래. Hellodd
  9. 이강봉. 소행성에서 ‘우주광물’ 채굴 가능. Science Times
  10. 김준래. 우주 통신, ‘레이저’로 가능?.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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