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의 창을 열어라! – 우주망원경 이야기

 지난 7월 1일.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되었다. 이 로켓에는 유럽 우주국(ESA)에서 개발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탑재되어 있었다. 무려 2007년부터 진행된 이 우주망원경의 여정은 한 달의 항해 끝에 목표 지점에 도착, 7월 31일 첫 촬영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21년 발사되었던 제임스 웹 망원경에 이어 다시 한번 우주로 향한 거대 망원경 유클리드. 과연 왜 과학자들은 많은 돈을 투자해서 우주에 망원경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동안 어떤 망원경들이 우주에서 무슨 성과를 거둬왔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유클리드 망원경의 발사 모습과 테스트용으로 찍은 첫 이미지


 1600년대 갈릴레이에 의해 천체 망원경이 활성화된 이후 그 성능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최초의 갈릴레이식 굴절망원경에서 벗어나 뉴턴이 만든 거울을 이용한 반사망원경이 개발되었고 그 크기는 점점 거대해졌다. 1668년 3.3cm 정도의 거울을 가졌던 뉴턴식 반사망원경은 현재 10m 가까이 되는 크기까지 뻥튀기되었으니 그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을지는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망원경의 거대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뉴턴의 반사망원경(구경3.3cm)과 현재 제작중인 GMT 망원경의 반사경(8.4m)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관측하는 것에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대기였다. 지구의 대기권은 생명체들에게 아주 좋은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뿐 아니라 온 우주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우주선, X선, 감마선, 자외선 등을 걸러내는 아주 강력한 필터인 것이다. 이 성능 좋은 필터는 지구에 생명체를 탄생하는 일에 탁월한 역할을 했을지 몰라도 천문학자들에게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정보를 잡아먹는 악몽과 다를 것이 없었다. 심지어 이 방해자는 정보를 흡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기까지 한다. 대기의 이동은 들어오는 별빛조차 흐릿하게 만들어버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를 없애서 지구 생명체를 위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천문학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관측 장비를 우주에 올리는 것이었다.

대기의 창. 가시광선 부근과 전파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기를 통과할 수 없다.


 이러한 개념을 처음 기록한 인물은 로켓 공학의 대부로 독일의 V-2로켓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 헤르만 오베르트였다. 1923년 그가 쓴 ‘행성 공간으로의 로켓’에는 망원경을 로켓으로 우주에 올려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이 내용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간 사람은 미국의 천문학자 라이먼 스피처였다. 그가 1946년 발표한 논문은 우주망원경에 대한 제안이 담겨있었다. 시간이 흘러 1960년대, 아메리카 대륙과 전 세계가 달 탐사 경쟁에 빠져들고 있을 때 스피처를 필두로 한 천문학자들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망원경은 지상을 떠나 우주를 향하기 시작했다.

라이먼 스피처의 모습


OAO-2 (Stargazer)

점검 중인 OAO-2의 모습

 지구를 도는 궤도에 망원경을 올리는 것은 시기상조였지만 이미 1946년, 대기를 뚫고 올라가 관측을 하려는 노력은 진행되고 있었다. V-2 로켓의 꼬리 부분에 분광기를 장착하여 높은 고도에서 천문학적 측정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 시도로 태양의 첫 번째 자외선 스펙트럼 촬영에 성공했지만 잠깐의 비행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타고-사토-고사카 혜성의 모습. OAO-2에 의해 혜성의 수소 구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NASA는 궤도에 관측 장비를 올릴 결심을 한다. OAO(Orbiting Astronomical Observatory)라고 불린 이 위성은 지구 대기로 인해 거의 관측이 불가능한 자외선 부분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1966년 발사된 OAO-1호는 축전지 문제로 고장이 나면서 임무 진행이 어렵게 되었다. 뒤이어 1968년 12월 발사된 OAO-2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 이 OAO의 성과는 대단했다. 이전 로켓을 이용한 잠깐의 관측으로 얻던 데이터 양을 하루 관측으로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단순히 특정 별의 자외선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뿐 아니라 혜성 관측을 통해 그것을 감싸고 있는 수소 구름에 대해서 알아내기도 했다. 또한 이 위성의 업적은 우주의 특정 지점을 고정하고 장시간 관측하는 방법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OAO-2는 이후 진행되는 우주망원경의 시초가 되기에 충분했다.

거대 망원경 프로그램 (허블/콤프턴/찬드라/스피처 망원경)

NASA의 거대망원경 프로그램. 왼쪽부터 콤프턴, 찬드라, 허블, 스피처 망원경의 모습이다.

허블 우주망원경

허블 우주망원경의 모습


 OAO의 발사와 운용이 성공하자 스피처는 더 큰 대형 우주망원경을 계획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의회가 재정 문제로 인해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위급 상황도 있었지만 다행히 1977년 유럽과 협력을 통해 제작한다는 계획이 확정되었다. 우주 팽창의 결정적 증거를 잡은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이 붙은 이 첫 대형 망원경은 2.4m짜리 주경을 단 버스 크기의 정밀 과학 장치였다. 제작 도중 허블을 우주에 보내줘야 했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라는 비극이 벌어지면서 일정은 계속 연기되었다. 그렇게 1977년에 시작된 망원경의 발사는 1990년으로 확정되었다.

수리 전 후 허블의 M100 은하 사진


 허블 망원경의 시작은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주경의 수차에 문제가 생기면서 초기 이미지가 심각하게 흐렸던 것이다. 이는 우주왕복선을 이용한 긴급수리를 통해 해결되었고 이후 허블은 모든 우주망원경의 상징이자 전설이 되었다. 2009년 마지막 수리를 끝으로 아직도 궤도를 돌고 있으며 허블 망원경의 여정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콤프턴 감마선 관측선

콤프턴 감마선 관측선의 모습


 허블 망원경의 대성공 이전에 NASA는 이미 다른 빛의 영역을 관측하는 대형 망원경을 차례차례 준비하고 있었다. 그 두 번째 주자는 1년 뒤에 발사된 콤프턴 감마선 관측선이었다. X선, 감마선 연구로 유명한 물리학자 아서 콤프턴의 이름을 딴 이 관측선은 우주에서 나타나는 강한 감마선 폭발을 찾아내야 했다. 그 결과 수천 번의 감마선 폭발을 관측했고 그 원인 분석에 큰 기여를 했다.

찬드라 X선 망원경

찬드라 X선 망원경의 테스트 모습


 제안 자체는 콤프턴 감마선 관측소보다 먼저 했지만 세 번째로 발사된 찬드라 망원경은 X 선 망원경이었다. 최초의 X선 우주망원경은 아니었지만 앞서 궤도에 진입했던 X선 관측기기들과 성능 자체부터 비교가 불가능했다. 찬드라 망원경은 좀 더 정확한 관측을 위해 지구와 최대 13만 km 떨어진 타원궤도로 비행했다. (지구 가까이에서는 자기장에 의한 방해로 X선 측정이 정확하지 않았다.) 기존 5년 정도의 임무 기간을 가졌던 이 망원경은 1999년 발사 이후 아직까지 작동 중이다. 블랙홀, 중성자별 등 고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를 관측하며 많은 업적을 남겼다.

지난 2019년, 찬드라 망원경의 20주년 기념으로 공개된 NGC604의 모습


스피처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모습


 2003년 마지막으로 발사된 스피처 적외선 망원경은 궤도부터 아주 특이했다. 다른 망원경들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을 때 스피처는 지구가 가는 길을 뒤따라가는 형태였다. 적외선 관측을 위해서는 극저온 유지가 중요했는데 이 궤도를 돌면서 지구에 의한 온도 변화를 막아내려 한 것이었다. 스피처 망원경은 가시광선과 달리 우주 먼지 내부를 뚫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별과 행성의 형성같은 부분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찬드라 X선처럼 6년 정도의 수명을 예상했지만 2020년까지 무려 16년 간 임무를 수행하고 현재 안전모드에 들어가 긴 여정을 끝마쳤다.

스피처로 찍은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


갈렉스 자외선 망원경(Galaxy Evolution Explorer, GALEX)

갈렉스 망원경의 모습


 적외선, X선, 감마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을 전담하는 대형 망원경이 우주를 향해 올라갔다. 이제 자외선 역시 전담 탐험대가 필요했다. 2003년 발사된 갈렉스 망원경은 최초로 우리나라가 참여한 우주망원경이었다. NASA가 여러 대학 및 연구소와 함께한 이 미션에 연세대학교가 포함된 것이다. 2013년 임무를 마칠 때까지 자외선으로 만든 우주 지도 제작, 외부 은하에 있는 고온 별의 탄생 등 역시 지상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면을 확인했다.

갈렉스로 찍은 안드로메다 은하


케플러 우주망원경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모습


 이전 망원경들이 서로 다른 빛을 이용하여 우주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목표는 조금 특별했다. 바로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한곳을 오래 관측하면서 미세하게 줄어드는 별빛을 포착해 그 앞을 지나는 행성을 확인해야 했다. 이 방법을 통해 2018년 임무를 마칠 때까지 26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포착해냈다. 케플러 망원경은 우주 속에 우리 태양만 행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 확실한 목격자였다.



 각 우주망원경은 은퇴한 이후 여러 다른 망원경에게 자신의 임무를 넘겨주었다. 콤프턴 감마선 관측선의 뒤는 NASA에서 2008년 발사한 페르미 감마선 관측선이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으며 스피처 망원경이 진행하던 적외선 분야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어받았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견디던 허블 망원경의 다음 주자는 2026년 발사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망원경이다. 이 밖에 특수 목적을 가진 망원경들 역시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연주시차 측정을 통해 천체의 거리를 정확히 확인하고 있는 가이아 우주망원경, 케플러 망원경의 외계행성 탐사 임무를 이어받은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위성, 넓은 범위를 관측하며 3차원 우주 지도를 제작할 예정인 유클리드 망원경까지.

M101 은하의 사진. 찬드라, 허블, 스피처의 촬영 사진을 합친 모습도 보인다.


 인류가 우주를 향해 눈을 돌린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단순히 신기하고 기이한 존재였던 우주 속 천체들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정말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에 드리운 창을 여는 수준이 아니라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세상을 보자. 우주에서 날아온 수많은 빛의 향연이 화음이 되어 우리의 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우주의 교향곡인가!

참고자료

  1. Francis Reddy. 2018. NASA’s First Stellar Observatory. OAO 2, Turns 50. NASA
  2. Multiwavelength Astronomy. University of Chicago
  3. 박건희. 2023. 암흑물질 사냥 ‘유클리드 망원경’ 첫 관측 이미지 공개. 동아사이언스
  4. 이광식. 2020. 굿바이! 스피처 우주망원경…16년 간 우주의 미지를 밝히다. NOWnews
  5. 장조원. 2021. 하늘의 과학 (항공 우주 과학의 정석). 사이언스북스
  6. 조 던클리(이강환 역). 2021. 우리 우주. 김영사
  7. 김경철. 2001. [미래를 여는 사람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 주간한국
  8. 최성우. 2021. 우주망원경의 세대 교체. The ScienceTimes

Copyright 2021. 의왕천문소식 김용환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dydgks0148@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