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이 만든 칵테일을 향해서 – 주스 탐사선 이야기

 지난 1월. 유럽우주국(ESA)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이한 행사를 하나 개최했다. Space Juice Contest라는 이름이 붙은 이 행사는 아주 화려하고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 주스들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우주국과 칵테일 주스라니. 이 이상한 조합의 이벤트는 다음 달인 4월 16일 발사 에정인 탐사선 주스(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Jupiter Icy Moons Explorer)를 위한 행사였다.

스페이스 주스 콘테스트 입상 작품 모음 (출처 : ESA)


 주스는 ESA에서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가진 탐사선이다. 2012년 발표된 ESA의 코스믹 비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X선 망원경 미션인 ‘Athena’와 중력파 감지를 위한 인공위성 미션인 ‘NGO’를 이기고 선정된 첫 번째 임무였다. 이 탐사선의 목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목성의 얼음 위성인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를 연구하는 것이다. 망원경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목성의 위성에 무슨 비밀이 숨어있길래 ESA는 무려 8억 3천만 유로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일까?

주스 미션 패치의 모습


지구 밖 얼음의 세계

 목성 주변을 도는 위성 중 가장 큰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는 보통 목성의 4대 위성 또는 갈릴레이 위성이라 불린다. 망원경을 통해 처음 발견된 이 위성들은 인류 역사 속에서 천동설, 지동설 같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해석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구가 아닌 곳에 있는 ‘위성’으로서 가장 유명해졌던 이 천체들은 1960년대에 새로운 논쟁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러시아의 천문학자 바실리 모로스는 유로파의 스펙트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해당 위성의 적외선 스펙트럼에서 얼음의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관측기기가 발전하면서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에서는 ‘얼음이 있다.’ 수준이 아니라 ‘얼음으로 뒤덮여있다.’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의 모습 (출처:NASA)


 이러한 관측 자료의 정확성을 뒷받침한 것은 1979년 목성을 여행한 보이저호가 보내온 사진들이었다. 보이저 1호와 2호가 보내온 사진 속에는 이오 위성에서 폭발하고 있는 화산의 모습과 유로파의 갈라진 얼음 껍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심지어 이 얼음 껍질에는 운석 충돌구(크레이터)의 흔적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것은 충돌 이후 얼음이 계속 충전되어 껍질을 재생시켰다는 것을 알려준다. 지질학적으로 이 위성들에는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갈릴레오 탐사선이 촬영한 이오의 화산폭발과 유로파의 표면 (출처 : NASA)


‘살아있는’ 위성의 미스테리

 흔히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는 행성이라면 지구처럼 화산이 폭발하거나 내부에서 활발한 지각 활동이 벌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달은 그 무수한 크레이터를 그대로 품고 변화가 없기때문에 지질학적으로 죽은 상태라고 많이 언급된다. 그에 비해 목성 주변을 도는 4대 위성은 관측 결과 지질학적으로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장 목성에 가까운 이오는 끊임없는 화산 활동을 보여줬고 나머지 세 위성은 얼음으로 덮힌 채 몇 가지 이상한 관측 결과를 전해줬다. 보이저에 이어 1995년 목성을 찾은 탐사선 갈릴레오호는 이 위성들에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중력 측정 결과 속에 물로 추정되는 액체로 된 층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구는커녕 달과 비슷한 크기 (물론 가니메데는 달보다 크다.)인 이 위성이 개별 자기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위성 내부에 무언가 특이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것이 바로 ‘소금기가 있는’ 물이었다. 염분이 있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 우리는 너무 간단하게 ‘바다’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위성의 얼음 아래에는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외계생명체를 찾아서

 보통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물과 에너지와 화학물질(주로 탄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심 에너지원인 별에서 적당히 떨어진 위치를 주요 타겟으로 잡고 생명체 탐사를 진행하곤 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오랜 기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그보다 멀리 있는 행성이나 위성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쓰기에 너무 적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목성의 위성에서 발견된 얼음 밑 바다는 오히려 화성보다 더 높은 생명체 발견 확률을 가질 수 있었다.

유로파의 바다 상상도 (출처 : NASA)


 목성의 중력으로 인해 마구 주물러지는 위성들은 내부에서 조석 가열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전 공전을 하면서 목성에 의해 이리저리 눌러진 위성 내부에 쌓인 열은 바다 속에 있을지 모를 생명체에게 좋은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햇빛 하나 없는 공간 속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은 당장 지구 심해 속에도 그 산증인들이 있지 않은가.

심해 열수구의 모습. 온도가 매우 뜨거운 열수구에서도 생태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주스의 목표는?

 물론 외계생명체라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가 있기는 하지만 주스 탐사선이 단순히 생명체 탐사라는 목표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 이외에 바다를 탐사하면서 비교한다면 거꾸로 지구 속 바다의 진화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또한 거대한 목성 행성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역시 연구할 수 있다. 당장 외계 행성으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 역시 목성같은 커다란 가스행성이니 더 먼 우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면 우리 옆 행성에서 그 기초를 쌓을 수 있다. 그 결과 주스 탐사선에는 이미지 센서, 중력장 측정, 자기장 측정, 얼음 투과 레이더 등 최첨단 장비 10개를 싣고 발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주스 탐사선 상상도 (출처 : ESA)


 다음 달 주스가 성공적으로 우주를 향해 날아가게 된다면 목성 도착 예정 시기는 대략 2031년이 된다. 마지막에는 가니메데 주위를 돌다가 2035년 충돌하는 것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거기에 2024년 NASA에서는 유로파를 주로 탐사할 유로파 클리퍼라는 탐사선을 발사하게 되는데 비슷한 시기에 도착하여 각각 위성 관측을 실시하게 된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출발할 이 두 탐사선이 어떠한 결과물을 보여줄지 그 기대가 매우 큰 상황이다.

발사대가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에 도착한 주스 탐사선 (출처 : ESA)


 주스 탐사선에는 갈릴레이가 1610년 발표한 시데리우스 눈치우스에 적힌 목성의 위성에 대한 부분이 명판으로 인쇄되어 붙어있다. 400년 전 갈릴레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느꼈을 경이로움과 기쁨을 탐사선에 고스란히 담아놓은 것이다. 먼 길을 가야 할 주스 탐사선이 가니메데에 떨어지게 될 그 마지막 순간까지 갈릴레이가 느꼈을 그 감정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아주 성공적인 탐사가 되기를 기원해보자.

주스 탐사선에 부착된 갈릴레이의 저서 명판 (출처 : ESA)



참고자료

  1. 케빈 피터 핸드(조은영 역). (2022).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해나무
  2. ESA 주스 탐사선 홈페이지
  3. 앤드류 존스. (2023). Europe’s JUICE Jupiter spacecraft arrives at spaceport ahead of April launch. SPACE.COM
  4. 조나단 아모스. (2012). Esa selects 1bn-euro Juice probe to Jupiter. BBC
  5. 이종림. (2023). 목성 위성 생명체 찾아나서는 ‘주스’ 탐사선. 주간동아
  6. 고장원. (2016). [고장원의 미래의 속도]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 존재할까.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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