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는 사실 베테랑 우주비행사?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장면


 지난 2022년 11월 16일. 아르테미스 1호가 5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다시 달을 향해 거대한 불을 뿜었다. 비록 이번에 발사한 아르테미스 1호의 우주선인 오리온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았지만 아주 특별한 탑승객이 대신 타고 있었다. NASA의 라이브 방송 당시 사람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던 그 주인공은 바로 ‘스누피’였다. 도대체 스누피 인형이 왜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 것일까?

오리온 우주선에 떠다니는 스누피


 우주선에 인형이 탑승하는 것은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처음 우주로 떠나게 된 1961년 4월 12일. 유리 가가린의 비행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첫 우주비행을 성공한 가가린은 사실 인형을 하나 가지고 탑승했다. 그 인형은 우주선이 제로-G(무중력) 상태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되었다. (실제 가가린은 우주선을 조종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인간의 판단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소련은 우주선의 조종을 원격으로 진행했다.) 이때부터 무중력 상태를 표시하는 표시기 형식으로 유인 우주선에 추가 탑승객이 생기게 되었다. 온갖 인형과 물건이 그 대상이 되었다. 그 중 몇몇 친구들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스누피 (1990년 콜롬비아 호 / 2019년 보잉 스타라이너 / 2022년 아르테미스 1)

아르테미스 1호의 오리온 우주선에는 스누피만 타고 있지는 않았다. 영국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양인 ‘숀’도 같이 탑승했다.


 이번 아르테미스까지 총 3회의 비행을 함께한 이 베테랑(?) 우주비행사 스누피의 우주 사랑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시작은 무려 1969년 아폴로 10호였다. 달 착륙을 제외한 모든 미션을 테스트한 아폴로 10호의 착륙선 이름이 스누피였던 것이다. (사령선의 별명은 만화의 또 다른 주연인 찰리 브라운이었다.) 이미 나사의 안전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던 스누피는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사와 연결되어왔다. 해마다 일반 직원 중 우주 비행에 기여한 직원에게 실버 스누피 상을 수여할 정도였다. 그 결과 스누피는 지금까지 다양한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었고 아르테미스에서는 무려 맞춤 제작한 우주복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정도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우주 경력자가 아닐까?

실버 스누피 옷핀. 상을 받으면 이 핀도 같이 수령한다.


버즈 라이트이어 (2008년 디스커버리 호)

우주에 간 버즈


 이름부터 우주와 너무나 큰 연관이 있는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 (아폴로 11호의 착륙선 조종사였던 버즈 올드린의 이름에서 따왔다. 심지어 뒤에 붙은 라이트이어는 그대로 해석하면 ‘광년’이 된다.) 버즈가 우주로 올라간 이유는 무중력 표시기라기보다 특별한 촬영 업무 때문이었다. 우주정거장에서 청소년 과학교육용 게임 제작을 위해 버즈가 우주정거장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 결과 약 15개월 동안 우주정거장에 체류할 수 있었고 지구에 돌아와서는 무려 ‘버즈 올드린’이 참석한 환영 행사까지 열렸다. 영화 속 명대사처럼 ‘무한한 우주 저 너머로’ 가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장난감으로서 아주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

지구로 돌아온 버즈


스모키 베어 (2012년 소유즈 우주선)

떠다니는 스모키 베어


 2012년 소유즈 우주선에는 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3명의 승무원 이외에 ‘곰’이 한마리 탑승해 있었다. 스모키 베어는 미국 산불 예방의 상징과 같은 캐릭터로 1950년대부터 약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 곰이 우주선에 탑승하여 우주정거장으로 향한 것 역시 중력 표시기 이외에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주정거장은 단순히 우주 환경을 연구하고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산림화재의 관측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식물 및 농작물 연구 등 지구에서 만들기 힘든 특별한 실험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러한 우주정거장의 역할을 알림과 동시에 산림화재 현상에 관심을 가지자는 의미로 머나먼 우주까지 동행하게 된 것이다.

공룡 (2013)

떠다니는 공룡 인형


 이 공룡은 발사한 우주선 이름이 없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애초에 우주정거장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던 우주인 카렌 니버그는 우주정거장에 있는 음식 포장재로 겉 부분을 만들고 버린 티셔츠 조각 등을 채워 넣어 공룡 인형을 제작했다. 그녀가 4살 아들을 위해 만든 이 인형은 같은 해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다. 돌아온 공룡은 박물관으로 향했고 수많은 아이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니버그는 우주 비행사를 은퇴한 이후 공룡 디자인을 한 옷을 출시하기도 했으니 이 우주에서 온 인형이 남긴 인상이 상당히 컸던 모양이다.

니버그의 남편인 우주비행사 더글라스 헐리는 2020년,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엔데버호로 ISS에 도착했다. 이때 다시 아들의 추천을 받아 공룡 인형 트레머를 탑승시켰다.


올라프 (2014년 소유즈 호)

우주정거장에 있는 올라프


 2014년 우주정거장으로 향한 소유즈호에도 역시나 3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었고 너무나도 유명한 인형도 하나 동승했다. 전세계를 강타한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등장한 올라프 인형이었다. 3명의 우주인 중 한 명인 러시아의 안톤 슈카플레로프의 딸이 직접 고른 캐릭터였다. 이 올라프 인형은 물론 기존 무중력 측정기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우주비행사들에게 무사 귀환을 뜻하는 부적이 된 것이다. 정거장 안을 둥둥 떠다닌 올라프에는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랬던 딸의 염원이 담겨있었다.

베이비 요다 (2020년 크루 드래곤 리질리언스 호)

우주선에서 혼자 떠다니느라 바쁜 베이비 요다


 2020년, 스페이스X는 최초의 정식 민간 유인 우주선을 ISS로 발사하게 된다. 엔데버 호가 도킹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6개월 만에 첫번째 정규미션이 발사를 앞두게 되었다. 회복력이라는 뜻을 가진 리질리언스 호는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세상이 회복하여 이겨내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역시나 이 우주선에도 4명의 우주인 이외에 인형 하나가 탑승하고 있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 요다 인형이었다. 그것도 당시 인기를 끌던 디즈니+의 스타워즈 드라마인 만달로리안에 등장한 베이비 요다였다. 드라마 속에서는 비행을 방해하는 장난을 치는 캐릭터인데 리질리언스에서는 이곳저곳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보이기도 한다. 과연 베이비 요다는 도착한 ISS에서도 ‘포스’와 함께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2019년 크루 드래곤 무인 우주선에 탑승한 지구 인형이 우주인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지구 인형의 가상 트위터 계정도 만들어줬었다.


 이 밖에 정말 많은 캐릭터 인형들이 우주인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단 한 순간도 실수가 없어야하는 우주 비행이지만 이 인형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면 여유로움을 넘어 평화로움까지 느껴진다. ‘너의 비행은 성공할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이 인형들은 지금까지도 좁은 정거장 속 우주인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다. 우주 비행이 조금 더 보편화되어 접근하기 쉬워질 미래, 우리는 어떤 인형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지 지금부터 후보를 뽑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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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슬기. (2020). 우주 탐사 동행한 인형들 “우리도 임무가 있어!”. 조선에듀
  3. 이석원. (2022). 스누피 인형을 우주로 보내는 이유. Tech Recipe
  4. 박종익. (2020). [아하! 우주] 우주에 포스를…스페이스X 우주선에 ‘요다 인형’ 탑승한 이유. NOW news
  5. 주기중. (2009). ‘토이스토리’ ‘버즈’실제 우주여행 다녀왔다. 중앙일보
  6. 박종익. (2015). [아하! 우주] 레고·올라프·버즈…우주로 떠난 인형들. NOW news
  7. 조승한. (2021). 아르테미스 달탐사 선발대로 나서는 우주비행 베테랑 ‘스누피’. 동아사이언스
  8. 김인한. (2022). 달로 떠난 NASA 특수임무대 ‘스누피’ 근황보니[우주다방]. 머니투데이
  9. 이재구. (2022). 달 탐사로켓 ‘아르테미스1’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tech42
  10. Rachael Nail (2020). Baby Yoda is the latest stowaway to head to space station. Florida Today
  11. Robert Z. Pearlman. (2013). ‘Made in Space!’ Astronaut Sews Dinosaur Toy from Space Station Scraps. SPACE.COM
  12. Andrew Parsonson. (2019). ISS Crew Enjoys Time with Elon Musk’s “Super High Tech Zero-G Indicator”. ROCKET RUN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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