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한 귀환 – 위성체의 추락

1월 9일 발송된 재난안전문자


 지난 9일 월요일, 전국적으로 안전안내문자가 발송되었다. 문자는 미국의 위성 잔해물이 추락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상황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는 경우가 생겨 일상생활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수준을 넘어 ‘맑은 하늘에서 위성체’라니. 이미 우리 머리 위에 많은 인공위성이 돌고 있을 텐데 이 모든 것들이 다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후 57일 만에 지구 대기에 진입하여 소멸하였다.


 1957년,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후 지금까지 1만 대를 훌쩍 넘는 위성체가 우주를 향해 발사되었다. 그중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은 약 7200대 뿐이다. 그러면 나머지 위성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작동이 종료된 인공위성은 현재 우주쓰레기가 되어 지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러한 우주쓰레기들은 현재 사용 중인 인공위성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지구 대기에 재진입 시 다 타지 않고 파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또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날아오른 위성체와 로켓 부품들이 시간이 지나 거꾸로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안내 문자 사건 이외에도 인공 우주물체는 꾸준히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추락 사건 몇 가지를 같이 알아보도록 하자.

코스모스 954

코스모스 위성의 모습


 1977년 발사된 소련의 인공위성 코스모스 954는 태양전지판을 이용한 위성이 아니라 원자력을 이용한 핵추진 연료를 사용하는 위성이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원자로를 탑재한 위성을 여러 대 발사한 상태였다. 이 위성들은 주로 정찰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코스모스 954 역시 미 해군 전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었다. 문제는 발사 후 몇 개월 만에 위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지더니 급기야 통제 불능의 상태에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눈 속에 있는 위성의 잔해


 약 4톤의 무게를 가진 위성이 어디에 추락할지 모른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안에 담긴 50kg 정도의 원자로였다. 소련은 위성이 대기권에서 연소되어 오염 우려가 없다고 말했으나 추락 위험지역에 속한 미국과 캐나다는 믿지 않았다. 실제로 위성은 캐나다 상공에서 추락했으며 그 잔해가 캐나다 북부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부터 베이커 호수까지 600km 경로 상에 흩어졌다.

코스모스 954의 원자로 내부 구조. 문제는 당시 발사한 미국과 소련의 핵추진 위성체가 아직도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는 점이다. 1983년에는 코스모스 1402호가 인도양에 추락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해당 위성의 잔해를 찾기 위해 ‘아침햇살작전’(Operation Morning Light)을 실행한다. 거의 1년 동안 진행된 이 작전으로 발견된 파편 조각들은 이미 강한 방사능 오염 상태를 보였다. 이 사건은 UN의 ‘우주물체로 인한 손해 국제 책임협약’에 의한 보상이 최초로 이뤄진 사례로 기록되었다. 국토의 일부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것에 비해 소련이 보상한 300만 캐나다 달러는 아주 적은 금액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캐나다가 청구한 금액은 600만 캐나다 달러로 소련은 절반만 보상했다.)

미르 우주정거장

미르 우주정거장의 모습


 위성체 추락이 모두 통제 불가능의 위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 예시로 ‘미르’를 들 수 있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는 국제 우주 협력과 관련해 굉장한 의미를 가지는 위성체이다. 미국의 우주정거장을 이기기 위해 모듈 조립 방식이라는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출발한 미르는 소련과 미국의 협력으로 그 수명을 연장하기 시작했다. (냉전의 종식으로 양 국가의 우주 관련 예산이 쪼그라들자 그냥 비싼 우주정거장 같이 쓰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처럼 의미가 깊은 미르 역시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했다. 도킹 중 사고로 손상을 입기도 했고 후속 우주정거장의 계획이 확실해진 상태에서 미르를 비싼 돈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대기에 진입하는 미르의 잔해


 미르의 퇴역은 철저히 준비된 계획 하에 진행되었다. 2001년 1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연료를 실은 화물선 프로그레스호가 미르에 도착한다. 이 연료는 미르의 궤도를 변경할 때 사용되었다. 여러 단계에 걸쳐 천천히 고도를 하강시킨 미르는 3월 23일. 추진기를 발사하며 고도를 200km 대로 낮춰버렸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분해되었고 그 잔해는 뉴질랜드 동쪽 남태평양 바다에 뿌려졌다.

포인트 니모의 위치. 그림 오른쪽에 남아메리카가 보인다.


 미르가 추락한 위치 역시 애초에 목표로 한 장소였다. 해양도달불능점 혹은 ‘포인트 니모’라 불리는 이 장소는 육지에서 가장 먼 바다 위 지점을 의미한다. 해류도 잘 섞이지 않아 물 속 생태계도 빈약한 이 위치는 우주선들의 묘지로 사용되고 있다. 인명 피해나 오염 영향이 적다는 장점을 이용하여 이곳에 우주선을 추락시키는 것이다.

텐궁 1

텐궁 1호의 모습


 2018년 3월,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 1호가 추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기존에 있었던 수많은 위성체가 추락할 때는 이렇게 이슈화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이번 경우는 조금 특별했다. 우주선이 정해진 계획대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이었던 텐궁은 2011년 발사한 이후 최초 설계 수명 2년을 넘어 2016년까지 5년이나 임무를 수행했다. 문제는 2016년 3월 이후 통신이 두절되어 고도 유지를 위한 작업이 진행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물체감시실. 이곳에서 우주 물체의 궤도와 위치를 예측한다.


 천천히 고도가 낮아지던 텐궁은 2018년 3월, 250km 이하로 고도가 낮아졌고 이때부터는 추락 시기가 매우 가까이 다가온 상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우주위험 대책반을 세워 예상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추락할 가능성은 계속해서 하락했고 결국 4월 1일, 남태평양 해상에 추락하였다.

추락하는 텐궁의 레이더 모습


 추락하는 위성체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를 가진 작업이다. 당장 낮은 고도에 있는 위성체는 그 속도가 매우 빨라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계산 방식 또한 위성체와 지구의 중력 단 두 가지가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야 한다. 대기의 밀도, 태양 복사 에너지의 영향, 심지어 달의 중력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텐궁 추락 일주일 전까지도 나라마다 추락 예상 지점이 다르면서 정확한 예측이 진행되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구관측위성(ERBS)

ERBS 위성의 상상도


 이번 안내문자의 주인공은 1984년 발사한 미국의 과학위성이었다. 지구 열복사와 성층권 관측 장비를 탑재한 ERBS는 오존층에 관한 과학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위성체가 남긴 데이터는 몬트리올 의정서(오존층 파괴 물질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는 협약) 협정 당시 영향을 줬다. 이처럼 여러 업적을 남긴 위성은 2005년 퇴역한 이후 이제야 지표면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 위성의 추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상태였다. 인공위성의 고도를 연료를 써서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면 추락 시기가 일정 기간 내로 한정할 수 있다. 이러한 궤도 이탈 기동은 실제로 많은 저궤도 위성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높은 고도에 있는 정지궤도의 경우는 아예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쓴다. 새로운 위성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은 북극해 주변에 추락하여 피해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예상된 방식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돌발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나사가 사람이 피해받을 확률은 9400분의 1이라 발표했으나 이것 역시 확률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텐궁 사건 때처럼 국가 단위에서 대비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가 이번의 재난안전문자로 드러나게 되었다.

 우주는 아주 넓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우주가 지구보다 훨씬 광활한 공간이라는 점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50년대부터 쌓이고 쌓인 우주 물체들은 우주를 향하는 길목을 점점 좁혀나가고 있다. 인공위성끼리 충돌하는 사례도 발생했으며 추락한 잔해로 인명 피해는 없었어도 재산 피해는 발생한 경우가 있다.

우주쓰레기를 그물을 이용해 처리하려는 상상도. 그물 이외에 자석, 끈끈이, 작살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발전하는 인공위성 기술에 비해 우주를 떠도는 위성체를 회수하는 기술은 아직 걸음마를 배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거기에 인공위성을 군집으로 발사하여 사용하려는 계획이 곳곳에 나오는 상황이니 오히려 우주쓰레기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위기가 눈앞에 와서야 움직이면 이미 늦은 뒤라고 볼 수 있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우주의 극한 환경도 견뎌 온 위성체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그들의 귀환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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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궤도. (2022). 궤도의 과학허세. 동아시아
4. 임명신 외. (2022). 스페이스 오페라. 반니
5. Kaushik patowary. (2020). Cosmos 954: The Nuke That Fell From Space. AMUSINGPLANET
6. John uri. (2021). 20 Years Ago: Space Station Mir Reenters Earth’s Atmosphere. NASA
7. 전승민. (2018). 추락 중인 中 우주정거장 ‘텐궁 1호’ 어떻게 될까. 동아사이언스
8. 이영애. (2023). 9일 오후 미국 위성 추락…예측 범위에 한반도 포함. 동아사이언스
9. Joe Atkinson. (2023). Retired NASA Earth Radiation Budget Satellite Reenters Atmosphere. NASA
10. 우주환경감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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