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도 고장났었다? – 원격 수리 이야기

 우주로 발사된 탐사선 및 우주선은 각자의 미션을 품고 긴 항해를 떠난다. 그 어떤 미션을 품고 날아갔건 기계로 만들어져 있는 이상 ‘고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발사 전 지상에서 수많은 테스트와 시뮬레이션을 거치지만 우주 공간은 엄청나게 많은 변수로 가득 차 있다. 그런 관계로 실제 우주선 중 고장으로 인해 미션에 실패하거나 목표가 축소된 경우 역시 매우 많다. 실제 우리에게 유명한 우주정거장이나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근거리에서 공전을 하고 있는 덕분에 사람이 직접 수리를 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러한 유인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장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우주를 떠도는 이 기계들은 한 번 고장나면 끝인 것일까? 그러기엔 여기에 들어간 노력과 자본이 결코 적지 않다.

2009년. 우주인이 직접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고 있다.


 이럴 경우 과학자들은 원격으로 수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단 꺼보기’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탐사선은 주로 자체적으로 안전모드에 들어간다. 탐험을 위한 필수 장치만 두고 나머지 부분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그 사이 지구에서는 정확한 원인 파악과 수리 방법을 찾게 된다. 최근 화성에서 열심히 탐사중인 퍼서비어런스 역시 화성으로 날아가던 중 선체의 온도가 예상보다 너무 낮아져 안전모드가 작동되기도 했으며 명왕성을 넘어간 탐사선 뉴호라이즌스는 목성 근접 비행 중 강한 방사선으로 인해 안전모드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이처럼 멈춰놓고 방법을 찾는 학자들의 노력은 여러 탐사선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여러 사례 중 몇 가지를 같이 알아보도록 하자.

케플러 우주망원경(K2 미션)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모습


 2009년. 외계행성 탐사라는 목표를 가지고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013년 초까지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외계 행성의 개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증명해내면서 활약하던 케플러 망원경에게 아주 큰 시련이 찾아온다. 자세 제어를 위해 필요한 반작용 휠(Reaction wheel)에 고장이 생긴 것이다. 인공위성의 자세를 잡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이 장치는 최소 3개가 작동해야 하는데 여분 1개 포함 4개 중 2개가 작동 불량 상태에 빠진 것이다. 광학 장치도 멀쩡하고 연료도 남아있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자세를 잡지 못해 폐기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특이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에 설치된 반작용 휠. 4개 중 2개의 모습이다.


 남은 바퀴는 2개. 1개 분의 바퀴 역할을 할 장치가 필요했다. 그 결과 선정된 장치는 바로 ‘태양빛’이었다. 각진 태양전지판을 몸통에 달고 있던 케플러에 태양빛이 들어올 때 그 빛의 압력으로 자세를 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광압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돛 형태를 가진 우주선을 통해 실제로 사용되고 있었다. (2010년 일본에서 금성을 향해 돛 형태의 우주선 이카로스의 발사에 성공했었다. 다만 금성 궤도 진입에는 실패하였다.) 하지만 케플러는 광압을 우주선이 나아가는 동력이 아니라 자세 제어에 사용해야 했다. 과연 태양빛을 이용한 케플러 부활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2014년 초, 테스트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카로스 탐사선의 모형. 돛 형태로 비행하는 방식


 물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케플러가 전처럼 자유롭게 관측을 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태양을 이용한 자세 제어인 관계로 관측 가능한 영역이 황도 근방으로 한정되었다. 추가로 태양을 바라보면 기기가 상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보던 방향을 바꿔야 했다. 이처럼 기존 사용보다 제약이 많았고 성과 역시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케플러는 도합 4000여 개의 외계행성 발견이라는 업적을 남기고 2018년 연료 고갈로 은퇴하게 되었다. 휠 고장 이후 5년 가까이 더 버틴 성공적 원격 수리였다.

K2 미션의 개념도


루시 소행성 탐사선

발사되는 루시 탐사선의 모습


 2021년 10월. 목성 궤도에 위치한 트로이 소행성군을 목적지로 한 탐사선 루시가 발사되었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 아직까지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존재이다. 이 탐사에 성공한다면 태양계 형성에 관한 비밀도 알 수 있으리라고 기대되고 있다. 2025년 첫 번째 소행성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에 상당한 여정을 떠나야 하는 루시였다. 그런 루시 탐사선은 출발하자마자 예정과 다른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활짝 펼쳐져야 했던 태양전지판이 제대로 전개되지 못한 것이다.

루시탐사선의 모습. 날개를 모두 펼치면 이런 원 형태의 전지판이 된다.


 루시 탐사선은 양쪽에 360도 펼쳐지는 7m짜리 대형 태양 전지판을 탑재하고 있다. 발사 시에는 접혀있던 전지판이 펼쳐져야 정상적인 항해를 진행할 수 있는데 두 판 중 한쪽이 불완전하게 열린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태양 전지판이 그래도 대부분 펼쳐진 덕분에(360도 중 약 347도가 펼쳐졌다.) 비행에 당장 문제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주 엔진을 가동하는 비행을 시작할 때 불완전하게 펼쳐진 전지판에 어떤 충격이 가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과학자들은 선택해야 했다. 지금 이 상태로 비행할지, 아니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전지판 전개를 재시도할지.

불완전하게 전개된 루시 탐사선의 전지판 상상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원인을 알아야 한다. 루시 탐사선은 전지판 방향을 보는 카메라가 없던 관계로 탐사선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이 희망이었다. 확인 결과 태양 전지판을 잡아당기는 줄이 틀에 걸려 엉킨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엉킨 줄을 해결하기 위해 아주 간단한 개념을 생각해낸다. 안 풀리면? 더 강하게 당겨버리면 된다. 메인 모터에 보조 모터까지 동시에 작동시켜 끈을 당긴 결과 전지판을 353~357도까지 더 펼치는 것에 성공하였다. 물론 완벽하게 펼쳐진 상태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안정적인 자세가 되었고 이 정도면 비행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결국 수리에 성공한 루시 탐사선은 올해 10월. 지구 근접 비행에 성공하였고 계속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에 설치된 MIRI 장비의 모습


 지난 2021년 크리스마스 날 발사되어 우리에게 우주의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제임스 웹 역시 고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반사판을 전개하자마자 미소유성체가 거울에 충돌하여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쳤던 제임스 웹은 올해 8월. 아예 장비 하나가 고장났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MIRI(중적외선 관측장비) 속 4가지 장비 중 한 개. MRS(중간 해상도 적외선 분광)였다.

MIRI 장비로 촬영된 창조의 기둥. 가스 부분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우리는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주로 보게 된다. 화려하게 장식된 우주의 모습은 사실 여러 사진 처리를 거친 ‘작품’에 가깝다. 하지만 연구 자료로는 이러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것을 더 주로 사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분광이다. 망원경으로 들어온 빛을 더 세부적으로 나눠서 그 속에 숨은 스펙트럼을 읽는 작업으로 이것을 이용하면 해당 천체의 화학적 구성 성분, 이동 속도, 크기 등의 물리적 특성까지 알아낼 수 있다. 제임스 웹은 가시광선 영역 일부부터 근적외선, 적외선 영역까지 넓은 범위를 관측하고 있다. 여기서 중적외선 부분의 분석을 담당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CD 뒷면의 모습. 그레이팅 방식 분광을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CD 뒷면에 있는 톱니 형태의 흠집이 무지개빛으로 보이는 분광 현상을 만들어낸다.


 빛을 분해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리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장비의 부피가 커지는 등의 단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은 톱니 모양의 작은 흠집을 이용한 ‘그레이팅’ 방식이다. 제임스 웹 역시 이것과 같은 장비가 좁은 공간에 차곡차곡 들어차 있다. 그러다 보니 빛을 세분화시켜 각 빛을 정확한 검출기에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휠이 잘 안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개의 휠 중 한 개만 작동에 문제가 생겨 다른 파트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있었다. 그 결과 MRS를 제외한 모든 장비는 그대로 미션을 수행하였고 담당자들은 몇 달에 걸친 수리 시뮬레이션에 돌입하게 된다.

MRS 장비의 사용 방식. 정중앙 부분과 아래쪽에 있는 휠을 이용해서 들어온 빛을 정확한 검출기로 반사시킨다. 이 두 휠 중 하나가 고장난 것이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복구되지 않았던 MRS 기능이 살아났다는 소식이 지난 11월 8일 올라왔다. NASA의 발표에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 휠이 뻑뻑하게 돌아갔다고 하는데 테스트를 통해 이 상황 예측에 성공하였고 결국 휠을 원하는 만큼 움직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특정한 상황이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어떤 방법으로 해결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원격 수리는 성공했다. 제임스 웹이 1년 만에 고장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프로젝트 아니겠는가.

 지금 인류가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탐사선은 무인, 유인 모두 합해 100 단위가 넘어갔다. 이렇게 많은 탐사선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도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물론 이 탐사선 중에는 원격 수리를 시도했으나 결국 되살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화성 탐사선 스피릿이 있다. 모래구덩이에 빠진 스피릿을 구하기 위해 지상에서 똑같은 상황을 재현하는 테스트까지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탐사선이 외롭지 않도록,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수리를 시도하고 있다. 언젠가 기술이 발전하여 인류가 먼저 떠난 탐사선을 따라잡았을 때, 그들이 우리를 여전히 알아봐 준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참고자료

1. 미셀 존슨. (2017). Kepler’s Second Light: How K2 Will Work. NASA
2. 이광식. (2016). [아하! 우주] 외계행성 1000개 찾아낸 케플러 망원경 ‘화려한 부활’. NOW news
3. 이종림. (2018). 지구 닮은 행성 존재 알리고 은퇴하는 케플러 우주망원경. 동아사이언스
4. 이금용. (2022). 위기일발 목성궤도 소행성 탐사선 LUCY, NASA의 원격 수리과정. 컨템포러리 사이언스
5. 제프 푸스트. (2022). Cause of Lucy solar array deployment problem identified. SPACENEWS
6. 로렌 두다. (2022). NASA Team Troubleshoots Asteroid-Bound Lucy Across Millions of Miles. NASA
7. 메건 바텔스. (2021). NASA says a glitchy strap could be behind Lucy asteroid probe’s solar array troubles. SPACE.COM
8. 지웅배. (2022). [사이언스] 수리 불가능한 제임스 웹, 장비 고장 어떻게 하나. 비즈한국
9. 테레사 풀타로바. (2022). NASA investigating glitch on James Webb Space Telescope’s ultracold camera. SPACE.COM
10. 알리스 피셔. (2022). Webb Mid-Infrared Instrument Mode Returns to Functionality.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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