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사소한 천문학 이야기 – 패신저스

 보통의 SF영화는 과학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할 수는 있어도 그 목적까지 ‘과학’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주라는 배경을 통해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 역시 우주를 예쁜 포장지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017년 초 개봉한 영화 패신저스의 이야기이다.

<패신저스> 포스터



 패신저스는 당시 헐리우드의 스타 배우인 (물론 지금도 스타 배우이다.)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을 내세워 제작된 SF물이다. 식민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던 주인공이 예정보다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의 모습과 중간 중간 등장하는 우주 유영 장면 등 영상미가 상당히 뛰어나지만 그 속을 잘 살펴보면 SF라기보다 로맨스물에 훨씬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이 로맨스물에서 무기로 사용한 ‘과학’으로는 어떤 사소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을까.

별 가까이에서 비행할 수 있을까?

 영화 중반부 두 주인공이 아크투루스를 근접비행하는 모습을 같이 구경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껏해야 1~2분 정도 등장하는 장면인데 이 부분에서 비행선은 별에 아주 가깝게 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뜨겁게 불타는 별에 가까이 근접 비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두 주인공이 아크투루스를 바라보는 장면



 얼마나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지만 현재 기술로도 항성 근접 비행을 하는 것은 무인 탐사선에 한정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그 일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아크투루스는 지구에서 약 36광년 떨어져 있어 실제로 가까이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게는 가장 가까운 별 ‘태양’이 있지 않은가. 태양의 표면 온도는 대략 5800K이며 대기에 해당하는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에서 300만K까지 상승한다. 이런 극한 환경에 도전하고 있는 탐사선이 있으니 2018년에 발사된 파커 솔라 프로브와 2020년에 발사한 솔라 오비터다.

파커 솔라 프로브의 발사 장면
파커 솔라 프로브의 궤도. 굉장히 여러 번 태양을 돌게 된다.



 태양만 해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으로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다른 별에 비해 훨씬 연구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풍부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알려진 점이 그리 많지는 않다. 특히 워낙 뜨거운 온도 때문에 다른 행성처럼 접근하여 진행하는 탐사가 불가능했는데 탄소 섬유 방열판 등 발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 2018년 11월, 태양에서 2400만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근접 비행에 성공했으며 계속된 궤도 비행 끝에 2024년에는 600만km까지 접근할 예정이다.

솔라 오비터가 촬영한 태양 남극의 근접 모습. 파커 솔라 프로브와 달리 솔라 오비터는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크투루스는 당연히 가능할까? 실제 아크투루스의 표면 온도는 지구보다 낮은 4300K 언저리이다. 다만 태양보다 26배 정도 큰 거성에다 그 밝기가 100배를 넘어가는 별이기 때문에 온도로만 단순 비교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라는 걸 보면 아크투루스 근접 비행이 마냥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 아크투루스의 모습

 

 사실 이 장면에서 이상한 점은 근접 비행한다는 것보다 동그란 형태로 보이는 아크투루스 그 자체이다. 영화 속 빛의 속도의 약 50%로 비행한다고 설정된 탐사선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되면 상대성 이론에 따라 공간이 수축하여 상이 왜곡된 상태로 보이게 된다. 색깔 역시 도플러 효과에 의해 정면에 있는 빛은 파란색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것 정도는 특수한 창문이 색 보정을 해줬다고 이해해주자.

우주에서 중력을 만들 수 있을까?

우주를 여행하는 많은 SF영화에서 우주선 안의 생활상은 지상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은 둥둥 떠다니면서 다니는데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속 우주선은 모두 인공중력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패신저스 속 우주선 아발론의 모습



 이러한 인공중력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회전하는 형태의 우주선이다. 우주선을 회전시키면 중심 회전축으로는 가속도가 생기고 그 반대편인 바깥 방향으로 원심력이 발생한다. 이를 인공중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회전축 부분보다 먼 곳일수록 중력이 강하게 생성된다. 영화 속 아발론 호 역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제일 바깥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인공중력의 형태를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바로 세탁기에서.



 실제로 이러한 인공중력을 만드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로켓 공학의 선구자였던 러시아의 치올코스프키는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드는 우주정거장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으며 1966년 미국 제미니 11호는 간단한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로프로 다른 우주선과 연결하여 회전 비행을 하는 방식으로 인공중력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만들어진 중력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제대로 된 중력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려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우주정거장 또는 우주선을 제작해야 한다. 직경 300m 정도의 우주선에서 지구 중력을 만들어내려면 약 24초마다 한 번씩 회전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인공중력을 만들어야 되는 이유가 크게 없는 셈이다.

역대 최고의 SF영화로 손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회전 우주선의 모습



 역시나 영화 속 과학기술이라면 거대한 우주선을 빠르게 회전시켜 인공중력을 만드는 것에 큰 무리는 없다. 다만 전력이 꺼지면서 중력이 사라지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의문점이 든다. 전력이 사라진다고 해서 멀쩡히 돌고 있던 우주선이 갑자기 정지해버린다? 수많은 공기 저항을 받는 지구에서도 선풍기 전원을 누른다고 그 순간 날개가 바로 멈추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주 공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니. 누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중력이 소실된 순간 수영장에 있던 주인공이 방울처럼 된 물에 갇히는 장면



 지금까지 인류가 밟아 본 우주 속 다른 천체는 아직 달밖에 없다. 무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과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의 난이도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아주 많이 펼쳐져 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상상력이 첨가되고 있다. 비록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꿈조차도 꾸기 어렵지만 언제쯤 다른 항성계, 새로운 행성을 눈앞에서 보는 것이 가능해질지 궁금할 뿐이다. 과연 우리 인류는 영화의 제목처럼 패신저(승객)가 되어 우주를 여행할 수 있을까.


참고자료

1. 패신저스. 모튼 틸덤. 콜롬비아 픽쳐스. 2016
2. SF의 힘. (2017). 고장원. 추수밭
3. 곽노필. 2022. 이제껏 본 적 없는 태양 활동 모습이 찍혔다. 한겨례
4. 박의래. 2022. ‘카메라 장착’ 탐사선 솔라 오비터,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 연합뉴스
5. 김민재. 2020. 인류 역사상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다.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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