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속 혜성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서양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어요. 혜성이 마녀의 머리카락이나 빗자루라며 불길하게 여겼죠. 아름다운 혜성을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혜성이 나타났을 때마다 나쁜 일들이 나타났거든요.

 11세기 영국에선 혜성이 나타난 이후 잉글랜드의 왕 해럴드가 노르망디공 군대에 사망하고, 노르만 족이 잉글랜드의 왕이 되었어요. 게다가 17세기엔 유럽에 흑사병이 퍼지고 런던에 큰불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말았죠. 18세기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사람들은 혜성과 비극적인 사건들을 연결시켜 혜성이 재앙을 예견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여겼어요. 우연일 뿐인데 말이죠.

 그러나 혜성을 두려워했던 건 우리나라 조상님도 마찬가지예요. 별똥별이나 혜성처럼 예상치 못한 천체 현상이 일어나면, 왕과 지도자가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으니 반성하라는 뜻으로 여겼대요. 또는 반란이나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며 긴장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역사 속에 등장하는 혜성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살펴볼까요?

고려 시대, 성종 8(989)

고려 성종 8년(989년), 9월 갑오일

혜성이 나타나자 왕이 스스로 자책하였다.
사면령을 내리고 노약자를 보살피며 고아들을 보살피었다.
공을 세운 신하들과 효를 다한 자녀들에게 상을 내려 주었다.
세금을 면제하고 빚을 감면해 주었더니 혜성은 재앙이 되지 않았다.

『고려사 中』


조선시대, 현종 12(1671)

정치화가 말하기를 최근 혜성이 등장했을 때 다들 전염병이 있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때 하늘을 잘 아는 사람이 ‘반드시 기근과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그 말이 과연 들어맞았습니다.
이미 확실한 일이 되었는데 전하께서 이것이 두렵지 않으시다면
어서 반성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그렇지 않으신다면 어떻게 하늘의 뜻을 돌려 전하의 뜻을 이루시겠습니까.

『조선왕조실록 中』


 1670년에서 1671년, 조선 전체의 흉작과 병충해, 이상 기후로 대기근이 발생했고, 전염병 등으로 최소 15만 명에서 최대 85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일이 있었어요. 이 사건을 경신대기근이라 부릅니다. 신하들은 1664년에 나타난 혜성 때문에 이 재난이 발생한 거라며, 왕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대요. 1664년에 등장한 혜성은 앞서 언급했던 유럽 흑사병과 런던 대화재 사건의 것과 같은 혜성이에요. 이 혜성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두려움은 더 컸어요. 『하멜표류기』에는 이 혜성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답니다.

“이해(1664년) 말에 한 혜성이 나타나고, 또 얼마 후에 (그런 별) 둘이 일시에 나타났다. 첫 번 것은 약 두 달 동안 동남 사이에서 보이고, 둘째 번 것은 서남 사이에서 보이어, 꼬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히었다.

-『하멜표류기』 1664년 10월 9일(음력) 기록 中”

조선시대, 영조 35년 (1759년)

파루 이후에 혜성이 허수 아래에 이유성 위에 나타났다.
북극성과 117도 떨어져 있었고 별의 색과 크기는 어제와 비슷했다.
꼬리의 길이는 1척 5치였다.

『성변등록 中』

* 파루: 새벽 4시에 종을 33번 치던 것
* 허수: 현재 물병자리
* 이유성: 현재 남쪽물고기자리
* 1척 5치: 약 50cm

 영조는 이 혜성이 등장하자, 하루가 멀다 하고 별을 관측하는 담당자를 불러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해요. 영조의 건강이 썩 좋지 않아 사도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맡긴 시기라, 더욱더 혜성이 신경 쓰였던 것이죠. 이 혜성의 정체는 75~76년마다 찾아오는 핼리 혜성이에요. 혜성의 모양, 이동 경로 등이 자세히 기록된 『성변등록』은 역사적· 과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자료랍니다.

 조선시대에는 일제에 의해 중단되기 전까지 ‘관상감(서운관)’이라는 왕실 천문대를 세우고 자세한 기록을 남겨두었어요. 이 기록들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천변등록』 등에 남아있고, 이제는 인터넷으로 손쉽게 읽어볼 수 있어요. 소개되지 않은 재미있는 기록들이 많이 있으니 우리나라 역사 속에 기록된 천문현상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여러분들이 하늘을 보고 남긴 기록도, 언젠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 오늘 밤하늘을 관측해 보고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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