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세계 여행, 어디까지 상상했나?

8월 5일 발사되는 다누리호의 모습


 지난 8월 5일 금요일.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 호가 스페이스X의 팔콘9에 실려 우주를 향해 출발했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미국, 러시아(소련), 일본, 유럽연합,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달 탐사를 진행한 나라로 기록되게 된다. BLT라는 특이한 궤도를 통해 이동 중인 다누리 호는 올해 12월이 되어야 달에 도착하게 된다. 이동 거리는 굉장히 길지만 달 중력장에 자연스럽게 포획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보다 연료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지금 시기에 달까지 가는 방법은 단순히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궤도로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다누리호의 BLT 궤도. 직선적으로 달에 가는 아폴로 우주선의 궤도보다 한참을 돌아서 가는 형태이다.


 우주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 유일하게 인류가 깃발을 박아넣은 천체.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이후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는 눈을 돌려 더 먼 화성같은 다른 행성을 쳐다볼 때 달은 마치 우리가 이미 다 점령한 것처럼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당장 100년 전만 해도 달은커녕 우주조차 나가보지 못한 인류에게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신비의 대상 그 자체였다. 로켓을 통한 다양한 궤도는 아예 머리 속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어떤 방법으로 저곳에 가야 할지 끊임없는 상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고드윈의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 거위 비행체를 타고 달을 향해가는 모습이 다소 기괴해 보인다.


 달을 여행하는 상상을 글을 통해 처음 작성한 사람은 1600년대 영국의 주교이자 소설가였던 프랜시스 고드윈이었다. 그가 쓴 ‘달에 간 사나이’라는 책에서는 무려 훈련된 거위를 이용해 달로 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거위를 제외하면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 등 다양한 당시 최신 이론이 책 속에 등장한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여러 작가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뮤지컬 ‘시라노’로 더 알려진 프랑스의 시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역시 ‘달나라 여행기’라는 책을 통해 달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러한 초기 SF 작품들이 지나간 이후, 달에 가겠다는 의지를 그저 소설 속 내용으로 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과학적 발전이 있었다. 뉴턴이 마무리한 과학 혁명은 대중들의 우주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달에 가겠다는 상상은 조금 더 과학적인 내용을 담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그러한 상상을 담았을까.

에드가 앨런 포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1835)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삽화


 우리에게는 현대 추리소설의 창조자이자 공포소설의 대가로 더 잘 알려진 에드가 앨런 포는 한 장르에 국한된 글을 쓴 사람이 아니었다. 이 단편소설은 주인공 한스 팔이 전해 온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 달을 향해 여행하는 것을 계획하는 주인공 한스 팔의 계획은 생각보다 엉성하면서도 생각보다 체계적이다. 기본적으로 기구 형태의 장치를 이용해 달까지 가겠다는 생각 자체는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지만 ( 심지어 우주 공간에 희박하지만 공기가 채워져 있다는 묘사를 한다. ) 상공으로 올라가는 과정과 그 방식에서는 나름 과학적인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기구를 채우는 기체는 무려 수소보다 37.4배나 밀도가 낮은 것이었으며 기구 자체는 기체가 빠져나갈 수 없는 동물의 피부막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고 나온다. 굉장히 편의적으로 설정된 내용이지만 기체 밀도나 기구의 강도 문제를 해결해야만 안전하게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포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높은 고도에 오른 주인공이 고산병 형태의 문제점을 겪는 점, 운석 파편의 위협을 표현한 점 역시 과학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 느껴진다.

쥘 베른 지구에서 달까지(1865), 달나라 탐험(1869)

‘지구에서 달까지’를 보티브로 제작된 영화 ‘달 세계 여행’ 속 장면. 포탄이 달에 박혀버린 모습이 익살스럽다.


 모험 소설, SF소설의 대가인 쥘 베른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많은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영화로도 유명한 ‘지구 속 여행’, 노틸러스 호라는 잠수함 이름을 각인시킨 ‘해저 2만리’, 많은 아이들에게 모험심을 자극했던 소설 ‘15소년 표류기’ 등등. 그 수많은 대표작 중 ‘지구에서 달까지’와 ‘달나라 탐험’은 우주탐사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대작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에 들어간 삽화의 모습. 거대한 종 모양 포탄에서 아폴로 착륙선이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본작에서도 달에 가는 방식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무려 속을 파낸 포탄에 사람을 태워 대포를 통해 발사해버린다. 애초에 대포를 통해 지구를 탈출할 속도를 얻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지만( 작품 속에서 지구 탈출 속도 자체는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된다. ) 사람을 태운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합심하여 만든 포탄을 통해 발사된 주인공 일행은 달을 향해 날아가게 되고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과학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구 자전 속도를 이용하기 위해 대포 설치 위치를 플로리다로 정한다는 점, 발사된 포탄의 속력을 줄이기 위해 역추진 장치를 생각해낸 점 등 이 소설 속에 등장한 몇몇 내용은 실제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내용을 비슷하게 예견하고 있었다. ( 심지어 돌아온 주인공 일행이 태평양에 착륙한다는 것까지 아폴로 미션과 동일하다. )

치올코프스키의 모습. 로켓을 이용한 우주탐사라는 개념을 제시했으나 그의 생전에 완성하지는 못했다.


 베른의 작품은 훗날 우주 공학의 선구자였던 소련의 치올코프스키 등 다양한 학자들의 어린 시절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달 탐사 방식이 대포를 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소설이 달 탐사 역사에 도화선이 되어주었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 달의 첫 방문자(1901)

달의 첫 방문자 미국 초판 모습

 
 쥘 베른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과학 소설 작가라면 영국에는 허버트 조지 웰스가 있었다. ‘타임머신’( 무려 타임머신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소설이다. ), ‘우주전쟁’ 등 걸출한 과학 소설을 쓴 웰스는 과학적 사실보다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한 사회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작가였다. 마찬가지로 ‘달의 첫 방문자’에서도 달에 가는 방식은 과학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무려 반중력 물질을 이용하여 우주를 여행하는데 우주선 속 창을 열고 닫는 것만으로 중력 조종이 가능한 설정이었다. 특별한 과학적 이론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아주 편의주의적 장치라 볼 수 있다. 또한 쥘 베른의 소설과 달리 달에 사는 생명체가 아주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식물이 있으며 거대한 가축까지 기르는 달 인류가 나타난다. ( 이 와중에 정체불명의 물약을 먹었더니 달의 공기에 적응했다는 어마어마하게 편의적인 내용이 또 등장한다. ) 여기서 나온 달 문명은 작가가 인류를 비판하는 용도로 아주 잘 사용되었다.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


 이처럼 달은 인류에게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커다란 궁금증을 안겨 준 천체였다. 수많은 저작이 달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고, 언젠가는 점령할 곳으로 여겨왔다. 물론 인류가 달에 발자국을 남겼고 지금은 그곳이 생명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공간이라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다누리 호가 끝이 아니라 2030년대 무인 달 착륙선이 계획되어 있으며 미국은 새로운 유인 달 탐사 계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ESA에서 공개한 달 기지 상상도. 과연 언제 달에 기지가 완성될까.


 오래 전 달을 향해 꿈꿨던 사람들의 상상력이 똑같은 방식이거나 약간 다른 방식이거나, 이제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듯이 우리는 또 새로운 상상을 할 필요가 있다. 달에 세워진 도시, 마치 다른 나라를 여행하듯 떠나는 달 여행 패키지, 지구와 연결된 달 도로 및 엘리베이터 등등. 초등학생이 미술 시간에 그린 미래 모습처럼 허황되고 실제 과학으로 구현하기 어려우면 어떠한가. ‘지구에서 달까지’ 속 한 구절을 그 답으로 남겨본다.

오늘은 부정되었지만 내일은 현실이 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참고자료

1. 에드가 앨런 포 (2019).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권진아 역). 시공사
2. 쥘 베른. (2005). 지구에서 달까지(김석희 역). 열림원
3. 쥘 베른. (2005). 달나라 탐험(김석희 역). 열림원
4. 허버트 조지 웰스 (2015). 달의 첫 방문자(엄진 역). 페가나 북스
5. 고장원. (2013). 현대 SF에서의 우주여행. Science Times
6. 윤신영. (2020). 한국 달궤도선이 선택한 새 궤도 WSB.BLT란 무엇인가.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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