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명한 ‘우주에서 찍은 사진’은 뭘까?

제입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팔렬성운의 모습

지난 12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몇 장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1990년대에 시작된 계획부터 2021년 발사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린 프로젝트인 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제임스 웹은 그 기대를 제대로 부응해줬다. 기존에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했던 대상을 다시 찍은 것이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줬다. ( 애초에 촬영한 파장 자체가 다르니 보이는 것도 같을 수 없다. ) 이렇게 제임스 웹의 사진은 수많은 천문학 종사자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우주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모습

이렇듯 우주의 모습은 우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제임스 웹의 성과 이전, 허블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계획이 우주의 흔적을 조금씩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 중 인류에게 커다란 영감을 안겨준 사진을 몇 장 뽑아보도록 하자. 순서는 촬영된 년도 순이다.

19681224: 지구돋이(Earthrise)

지구돋이 사진


우리가 미국의 달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달에 착륙한 11호일 것이다. 하지만 11호 이전 달 탐사의 길을 제대로 개척한 우주선은 아폴로 8호였다. 기존에 달 착륙선과 사령선의 시험 비행을 목표로 했던 8호는 발사를 고작 16주 앞두고 달 궤도 비행으로 미션이 변경되었다. 최초의 달 궤도 비행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으나 준비 기간조차 짧았던 8호는 많은 위험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 그 결과 최초로 달의 뒤편을 관측하고 최초로 달의 중력권을 비행했으며 최초로 달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컬러 사진을 촬영하게 된다. ( 최초로 달에서 지구를 촬영한 것은 무인 탐사선이었던 루나 오비터 1호였다. )

LIFE잡지에서 선정한 세상을 바꾼 100대 사진 표지에 실린 지구돋이

물론 달은 지구와 동주기 자전을 하기때문에 아폴로 8호 우주인들이 달에 착륙했다면 저런 형태의 지구를 볼 수는 없다. ( 마치 지구가 달에서 보이는 하늘 한 지점에 고정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 우주선에 타고 움직이면서 봐야지만 만날 수 있는 지구돋이는 황량하고 거친 달과 푸른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지구가 대비되어 보인다. 지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달이 기꺼이 자기 자신을 희생해 준 아름다운 모습 아닌가!

1972127: 푸른 구슬(The Blue Marble)

푸른 구슬 사진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고 영광스러웠던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우주선. 아폴로 17호는 현재까지도 달에 착륙한 마지막 우주선으로 이름이 남겨져 있다. 무려 50년이 지나버린 마지막 달 탐사 미션에서 역사상 가장 많이 공유된 사진으로 추정되는 작품이 하나 나오게 된다. 17호가 달로 이동하던 중 지구에서 약 4만 5천 km 떨어진 순간 촬영된 이 사진에는 푸른 구슬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아폴로 17호의 승무원들. 현재까지 달을 마지막으로 밟은 사람들이다.


분명 달을 탐사하는 미션이었지만 이 사진 한 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환경 운동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아폴로 계획에 참여했던 우주인들에게만 허락된 지구의 전체 모습이 전 인류에게 공개된 순간, 우리의 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사진 이후 NASA를 포함한 수많은 우주 관련 기관들이 새로운 지구 사진을 찍어왔다. 더 선명하고 더 깨끗하게 찍혔고 사진 속에 등장한 대륙 역시 다양해졌지만 현재까지도 유일하게 ‘인간’이 촬영한 이 푸른 구슬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시작될 유인 달탐사 계획에서 또다시 사람이 직접 찍은 푸른 구슬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1990214: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 점 사진


1977년 보이저 호가 외로운 여행을 시작한 이후 13년이 흐른 1990년. 우주선은 60억km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랜 여행으로 지쳐가던 보이저를 위해 전력을 절약해야만 했고 그 결과 1990년 2월, 보이저 1호는 마지막 사진 촬영 미션을 받게 된다. 칼 세이건이 주도한 마지막 사진은 태양계의 가족사진이었다. 금성, 목성 등 태양계 행성 대부분을 촬영했고 그 중 지구를 찍은 사진은 창백한 푸른점이라 불리며 아직까지도 가장 유명한 우주 사진 중 하나로 뽑히고 있다.

보이저 호가 찍은 태양계 가족 사진. 수성과 화성은 촬영하지 못했다.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칼 세이건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다른 행성에 비해 지구가 태양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카메라에 손상이 생길 수 있었다. ( 같은 이유로 수성 촬영에는 실패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 영역을 아주 좁게 만든 결과 거의 점 수준으로 보이는 지구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먼 거리에서도 약한 푸른빛을 보이는 저 점 하나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는 너무나도 작았지만 그만큼의 아름다움을 응축시켜놓았다. 우주에 나가서야 우리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니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지구 사진을 찍고 난 뒤 보이저 1호는 카메라를 정지하였고 지금까지 눈을 감은 채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보이저 1호의 마지막 선물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된다.

19951218~ 19951228: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

허블 딥필드 사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이전, 천문학 관측 역사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긴 (그리고 아직도 남기고 있는) 것은 허블 우주망원경이었다. 이처럼 대단한 허블 망원경이지만 시작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1990년 발사된 이후 찍은 첫 사진은 담당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줬다. 사진이 예상보다 더 대단해서? 정반대였다. 사진이 끔찍하게 못 나왔기 때문이다. 주경이 기존 설계보다 평평하게 나오면서 초점이 맞지 않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는데 나온 결과물이 이런 상태니 NASA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1993년, 우주왕복선을 통한 긴급 수리로 간신히 시력을 되찾은 허블은 이곳 저곳 우주의 다양한 대상을 찍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허블 익스트림 딥필드 사진. 딥필드보다 훨씬 깊은 우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던 와중 1995년. 당시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STScI)의 로버트 윌리엄스는 이상한 제안을 하게 된다. 안 그래도 여러 과학자의 관측 시간 배정으로 바쁜 허블 망원경인데 이 장비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빈공간으로 돌려보자고 한 것이다. 이 이상한 계획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큰곰자리 영역의 빈공간을 촬영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무려 1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찍은 이 사진은 인간이 생각하는 우주의 영역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왔다. 바늘구멍보다도 작은 공간에서 찍힌 은하의 개수가 무려 3000개 가까이 된다니 경악스럽지 않은가? 이 사진 한 장은 이후 허블 울트라 딥필드, 허블 익스트림 딥필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었고 이번 제임스 웹이 찍은 선공개 사진 역시 수많은 은하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제임스 웹이 찍은 딥필드의 모습. 이 사진을 촬영하는 데 단 1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제임스 웹을 포함한 수많은 우주망원경이 우주의 어느 한순간을 기록해나가고 있다. 항상 상상 그 이상의 발견과 감동을 전해준 우주의 사진작가들이 앞으로는 어떤 신비로움을 우리에게 안겨줄지 기대가 되는 시기이다. 단순히 과학적인 무언가를 넘어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게 해 준 이 사진들처럼 새로운 무언가가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길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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