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5일에 발사되어 무사히 궤도에 오른 제임스 웹 망원경(이후 JWST)은 올해 2월 11일, 첫 번째 사진을 공개했지요.
흐릿하고 번진 빛들이 찍힌 사진에 놀라셨나요? 이 점들은 개개의 별을 촬영한 게 아니라 하나의 별을 18번 찍은 것입니다. JWST의 수경은 육각 거울 18개가 붙어있는 형태로, 각 거울이 같은 별을 촬영한 것이죠. 이 18개의 점들을 거울 순서대로 두고, 초점을 맞춘 뒤, 하나로 합치면…
짠! 이렇게 선명한 별의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사진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5개월 뒤, JWST는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뒤집어버리고 말았습니다. JWST가 ‘제대로’ 찍은 첫 번째 사진, 모두 보셨겠죠?
SMACS 0723
JWST 팀이 최초로 공개한 이 사진은 SMACS 0723이라는 은하단입니다. 각각 빛나는 덩어리들은 별이 아니라 은하들이에요. 수천 개의 은하가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사진 중간에 놓인 은하들이 늘어지고 휘어져 있는 게 보이시나요? 바로 중력렌즈 효과 때문입니다. 은하단 중심은 매우 무겁고 중력이 강해요. 그 중력에 의해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휘어지고 늘어지게 되죠. 실제로 은하가 휘어진 것이 아니에요.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은하가 많이 있어서 매우 넓은 공간을 촬영한 것 같지만, 사실은 모래 한 알을 들고 팔을 뻗었을 때 보이는 모래알 크기의 공간을 촬영한 거래요. 그 안에 저렇게 빽빽이 은하들이 모여있다니! 우주 전체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은하와 별들이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네요!
JWST가 공개한 추가 이미지들도 확인해 볼까요?
카리나 성운
남반구에는 용골자리(Carina)라는 별자리가 있는데, 그곳에는 아주 복잡한 모양의 용골자리 성운(카리나 성운)이 있어요. 어린이 천문대 대원들이라면 겨울철에 한 번쯤 관측했을 오리온성운보다 무려 네 배나 더 크지요. 게다가 호문 클로스 성운이나 열쇠구멍 성운, 반항하는 손가락, 신비로운 산 등 재밌게 생긴 성운들과 여러 산개성단이 있어요. 하지만 남반구에 있어서 아쉽게도 우리는 직접 볼 수 없어요. JWST는 이 성운에서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지역인 NGC 3324를 촬영했습니다.
마치 절벽, 또는 울퉁불퉁한 산처럼 보이는 이곳은 우주의 절벽이라 불리기도 하는 곳으로, NGC 3324의 가장자리입니다. 지구와 약 7,600광년 떨어져 있는 이 지역에서는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데, 그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과 항성풍 때문에 절벽 모양의 성운이 만들어진 거래요. 지금도 성운을 이루는 가스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아주 긴 시간이 지나면, 성운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죠?
스테판의 5중주 Stephan’s Quintet
스테판의 5중주는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은하군이에요. 다섯 개의 은하가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중주입니다. 실제로 모여있는 은하는 네 개고, 남은 하나는(가장 왼쪽) 같은 방향에 있는 것뿐이에요. 1877년에 프랑스의 천문학자 에두아르 슈테팡이 발견해서 이런 재밌는 이름이 붙었어요.
은하가 모여있는 모습 자체도 멋있지만, 이 은하군은 은하가 가까워졌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1970년대 초, 전파 망원경 관측을 통해 이 은하들 사이에 가스 필라멘트 구조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천문학자들은 은하들이 가까워지면서 발생한 충격파로 필라멘트 구조가 생긴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이 아름다운 사진은 어떻게 촬영된 걸까요? JWST의 위치에서 보이는 이 영역의 넓이는 보름달 지름의 1/5 정도인데, 거의 1,000장 정도의 사진을 촬영한 뒤 모자이크처럼 이어붙여 만든 사진이라고 해요. 해상도는 무려 1억 5천만 픽셀이라고 하네요!
남쪽 고리성운 Southern ring nebula
거문고자리의 고리성운이냐고요? 땡! 이 성운은 역시 남반구의 별자리인 돛자리에 있는 남쪽 고리성운입니다. 행성상 성운이라 고리성운과 비슷하게 보이죠. 지구와는 약 2천 광년 떨어져 있어요.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숫자 8처럼 생겼다고 팔렬 성운이란 이름도 있어요.
두 장의 이미지는 모두 JWST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왼쪽은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오른쪽은 중적외선 카메라(MIRI)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성운 중심부에 빛나는 두 개의 별이 보입니다. 중적외선 카메라에만 붉은 별이 드러난 건, 별이 먼지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에요. 두 별 중 더 밝고 푸른 별은 아직 어린 별로, 먼 미래에는 또 다른 행성상 성운을 만들며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이전에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보면, JWST의 사진에선 성운의 세세한 부분까지 드러나 있어요. JWST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네요.
목성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주 망원경이 찍은 목성 사진이 왜 이럴까요? 그건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으로 찍은 사진이라 그래요. 목성의 띠와 대, 소용돌이가 뚜렷하게 보이죠? 저 오른 편의 하얀색 동그라미는 뭘까요? 바로 대적점입니다.
이 사진에선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메티스, 테베, 그리고 목성 주위의 가느다란 고리까지 보이네요. JWST로 보게 될 다른 행성들의 모습도 기대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WASP-96b
WASP-96b는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5천 개 이상의 외계행성 중의 하나로, 봉황자리에 있고, 우리와 1천 광년 이상 떨어져 있어요. 이 행성은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반 정도고, 크기는 목성보다 1.2배 정도예요. 이 행성은 태양과 닮은 별(WASP-96) 주위를 돌고 있는데, 아주 가까이 붙어서 돌고 있어요. 얼마나 가깝냐면, 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가 태양과 수성 사이의 거리의 1/9밖에 되지 않는데요. 공전 주기는 3.5일입니다. 1년이 3.5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죠.
이 그래프는 JWST가 별과 행성을 6.4 시간 관찰한 결과입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어두워지는데, 어두워지는 정도를 빛의 파장에 따라 나타낸 것이지요. 천문학자들은 이 그래프를 통해서 WASP-96b의 대기에서 구름과 연무, 물의 특징을 포착했어요. 우주에선 물이 굉장히 중요한데, 물은 생명체의 존재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JWST엔 근적외선 분광기(NIRISS)가 설치되어 있어 이런 세세한 내용도 파악할 수 있어요. 천문학자들은 앞으로도 작은 암석형 행성이나 가스형 행성, 얼음형 행성의 표면과 대기도 분석할 예정이라고 해요. 어쩌면 NIRISS를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정도로 놀라기엔 이릅니다. JWST의 임무는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요. 빛의 호위 속에서 JWST가 새로운 발견들을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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