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과학사: 무모함과 오만함으로 포장된 ‘도전’

(왼쪽)챌린저호의 승무원들과 (오른쪽)발사대로 이동하는 챌린저호(이미지: NASA)


1980년대. NASA는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어가는 것에 큰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1969년 달 최초 착륙 이후 하늘을 찌르던 관심은 당시 베트남전 등 다양한 국제 정세에 의해 식어가기 시작했고 NASA의 예산조차 삭감당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NASA의 전략적 카드는 우주왕복선이었다. 재활용 가능하며 기존의 우주선과 다르게 훨씬 더 많은 우주 미션을 수행 가능한 ‘우주 버스’ 역할을 해줄 왕복선. 하지만 1981년 콜롬비아호의 최초 비행 성공 이후 계속된 발사에 미국인들의 관심이 다시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NASA는 최초의 민간인 탑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다. ( 물론 이전에 정치인이 탑승하여 우주 비행을 한 경우는 이미 있었다. ) 누구나 갈 수 있는 우주를 표방하면서 대중은 다시 우주왕복선 발사대에 눈길을 돌렸고 1986년 1월 28일, STS-51-L 미션은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폭발하는 챌린저호(이미지: 구글)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산산조각이 나며 폭발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당시 타고 있던 민간인 크리스타 맥콜리프는 교사였으며 우주에서 수업을 하기로 되어있어 미국의 수많은 학생이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전 세계가 지켜본 NASA의 대실패는 충격으로 다가왔고 도대체 무엇이 저 거대한 첨단 기술의 집약체를 무너뜨렸는지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전 국무장관이었던 월리엄 로저스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당시 위원회 안에는 최초의 달착륙 우주인이었던 닐 암스트롱, 최초의 미국 여성 우주인이었던 샐리 라이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리처드 파인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리처드 파인만. 청문회 당시 파인만은 암투병 중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은 닐 암스트롱이다.(사진: AP)


최초에 위원회는 진상을 밝혀 NASA에게 압박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되었다. 사고 초반 정확한 원인 파악이 어려웠다는 점까지 더해져 위원회의 원인 규명은 느려지고 있었다. 그때 우주왕복선의 로켓 부스터를 제작한 티오콜 사의 엔지니어, 로저 보졸리의 증언이 결정적인 증거로 다가왔다. 로켓 부스터의 연결부에 위치한 부품인 고무 O-링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O-링은 연소가스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는 부품이었다. 그런데 이 O-링이 추위로 인해 깨지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샐리 라이드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 문제가 알려질 경우 NASA에는 큰 타격이 생길 것이 분명하며 심지어 당시 본인 역시 NASA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내부적으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 사실을 위원회 소속이던 도널드 쿠티나 장군에게 알렸고 쿠티나는 이 내용을 친분이 있던 파인만에게 넌지시 알리게 된다. 그 결과 청문회에서 파인만은 직접 고무링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여 폭발 원인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 낮은 온도에서 고무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는 사실은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지만 무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실험이라는 권위는 사람들의 뇌리에 더 깊게 박히게 하는 효과를 냈다. )


청문회에 참석한 샐리 라이드(왼쪽)와 도널드 쿠티나 장군(오른쪽)의 모습.
샐리 라이드가 정보를 전해줬다는 사실은 그녀가 사망한 뒤 쿠티나 장군이 밝힌다.(사진: AP)


이제 원인은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수정할 기회는 없었는가?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NASA는 더 큰 곤경에 빠지고 만다. 티오콜 사의 엔지니어들은 이미 챌린저호 발사 전에 이 문제를 알렸었다는 것이다. 챌린저호 발사 1년 전에 있었던 디스커버리호 발사 당시에도 O-링이 파손 직전까지 가는 문제를 확인했고 이 상황을 나사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챌린저호의 발사 예정 날의 온도는 영하권이었다. 발사대가 있던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기후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낮은 상태였고 실제로 새벽 발사대는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티오콜 사의 엔지니어들은 발사 연기를 재차 주장했으나 티오콜의 운영진과 NASA의 상부는 이 의견을 묵살하고 만다. 도대체 무엇이 챌린저호 발사라는 결과로 이들을 이끌었던 것일까.


발사 당일 챌린저호에 쌓인 얼음의 모습. 매우 추운 환경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 구글)
발사 후 챌린저호 부스터에서 새는 화염이 발견되었다.
O-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였기에 생긴 현상이다.(이미지: 위키피디아)


우주왕복선 계획은 초기와 달리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은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와 달리 발사는 그리 자주 있지 못했다. 거기에 회수된 부품의 수리 비용이 어마어마했고 제조 공장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미국 전역에 퍼져있어 운송과 조립이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다. ( 이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에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면서 일어난 촌극이었다. ) 이런 압박을 받은 NASA는 발사 연기에 굉장히 민감하였다. 거기에 챌린저호는 이전 발사 왕복선이었던 콜롬비아호의 발사 연기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챌린저호는 일기예보로 인한 연기, 발사선 해치 나사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계속 연기되었고 더 연기했다가는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에 맞출 수 없었다. 이런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민간 교사를 통한 홍보 전략을 썼으니 더더욱 발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철저히 공학적으로 안전을 따져야 하는 일에 외부 요인이 깊게 개입된 것이었다.


NASA는 챌린저호 사건 이전 너무 오랫동안 대성공의 꿈에 취해있었다. 아폴로 1호의 화재사건 이외에 인명 피해 자체가 없었고 ( 우주에서 사고가 났었던 아폴로 13호는 심지어 살아서 귀환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 우주왕복선 미션 역시 전까지 사고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렇게 긴 시간 연속된 성공은 모두의 마음속에 안일함을 채우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공학에 들어간 경영 논리가 일으킨 ‘인재’였던 것이다. 넷플릭스의 다큐인 ‘챌린저:마지막 비행’ 속 인터뷰에서 당시 NASA 책임자였던 윌리엄 루카스는 과거로 돌아가도 챌린저호의 발사를 예정대로 진행했을 것이라 말했다. 희생이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그의 말은 어느 면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NASA의 문제 대처 능력은 2003년 콜롬비아호 폭발사고로 다시 한번 나타나게 된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라 부를 수 없다. 새로운 달 탐사 계획, 화성 탐사 등으로 다시 우주 개발이 활발해지는 지금.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또 다른 실수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챌린저 기념비의 모습(이미지: NASA)





참고문헌

1. https://history.nasa.gov/rogersrep/genindex.htm (대통령위원회 보고서)
2. https://www.nasa.gov/feature/35-years-ago-remembering-challenger-and-her-crew
3. https://astronomy.com/news/2021/10/looking-back-at-the-challenger-disaster
4. http://www.spacesafetymagazine.com/space-disasters/challenger-disaster/missed-warnings-fatal-flaws-doomed-challenger/
5. https://www.bbc.com/news/magazine-35432071
6. http://edu.chosun.com/m/view.html?contid=2016121501308
7.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401122042385#c2b
8. https://blog.naver.com/krictblog/220699306869
9.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B1%8C%EB%A6%B0%EC%A0%80%ED%98%B8%EB%8A%94-%EC%99%9C-73%EC%B4%88-%EB%A7%8C%EC%97%90-%ED%8F%AD%EB%B0%9C%ED%96%88%EC%9D%84%EA%B9%8C-%EC%83%81/
10.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B1%8C%EB%A6%B0%EC%A0%80%ED%98%B8%EB%8A%94-%EC%99%9C-73%EC%B4%88-%EB%A7%8C%EC%97%90-%ED%8F%AD%EB%B0%9C%ED%96%88%EC%9D%84%EA%B9%8C-%ED%95%98/
11. http://scienceon.hani.co.kr/90879
12. 챌린저호 폭발사고에 대한 재해석 : STS-공학윤리의 접점 찾기
13. 넷플릭스 다큐 – 챌린저: 마지막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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