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과학사: 그 끝에 빛이 있으라!

티코의 초상화. 젊은 시절 결투 끝에 코를 다쳐 금속으로 된 코를 달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이미지: 위키백과)

1572년 11월 11일. 덴마크의 젊은 귀족 티코 브라헤는 카시오페이아자리 방면에서 전에 없던 ‘별’을 발견한다. 금성 밝기 수준으로 빛나는 별은 이전에 없던 것이었다. 이 발견을 정리하여 이듬해 티코는 De Nova Stella(새로운 별)라는 이름의 책을 발표한다. Nova는 ‘새로운 것‘을 이라는 뜻의 라틴어 어근 ’nov‘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티코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새로운 별이라 판단하여 이러한 이름을 붙였고 이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여 우리는 ‘신성(新星)’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티코의 작명은 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멀쩡히 빛나던 별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약 18개월 뒤 육안으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천천히 사라져버린 이 천체에는 무슨 비밀이 있었기에 천문학 역사에 굉장히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것일까.


. De Nova Stella 속 신성의 위치를 표시한 그림. W자 형태의 카시오페이아 앞에 아주 밝게 표시된 신성이 보인다. (이미지: 어린이천문대)
티코의 관측기구, 육분의(이미지: 위키백과)


티코가 이 천체를 최초로 관측한 것은 아니었다. 기록상으로 최초 발견은 11월 2일로 추정되며 당시 많은 과학자가 이 변화를 기록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율곡 이이의 저서 ‘석담일기’에 이 천체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록이 있음에도 추후 ‘티코의 신성’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는 그의 관측 기록이 굉장히 방대했고 정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본인의 기록 이외에 다른 과학자의 기록도 같이 정리했으니 굉장한 노력을 쏟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티코는 이 사건 이후 유럽을 대표하는 관측 천문학자가 되었으며 수많은 천체 관측 기록을 남기게 된다.


티코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1930년대, Nova라는 이름에 Super라는 단어가 붙어 초신성(Supernova)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되었고 그 정체 역시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초신성은 새로운 별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별이 특정 이유로 인해 아주 밝은 빛을 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초신성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서로를 돌고 있는 쌍성계 별 중 이미 죽은 별이 옆에 있던 다른 별의 물질을 빨아들이다 폭발하는 방식, 두 번째는 무거운 질량의 별이 붕괴하면서 폭발하는 방식이다. 이 중 티코가 발견했던 천체는 첫 번째 유형으로 la형 초신성이라 불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별의 탄생이라 생각했던 모습이 별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왼: 티코의 신성이라 불리는 SN1572의 모습 / 오: 주변 별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백색왜성의 상상도. 쌓여가는 물질이 한계점을 넘어가면 폭발이 발생한다. (이미지: NASA)


이러한 초신성 폭발은 현재 천문학에서 다양한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티코의 초신성같은 1a형 초신성은 폭발 시 최대 밝기가 거의 일정하다. 이 성질은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 (똑같은 밝기의 별이 멀면 어두워 보이고 가깝게 있으면 밝게 보이는 사실을 이용해 천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질량에 따른 별의 진화 과정에서도 초신성 현상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별이 어떤 과정을 통해 죽어가는지 설명할 좋은 자료였다. 이 외에 초신성 폭발은 우리 주변 많은 물질에 그 흔적을 남겼다. 폭발이 발생하면 엄청난 열을 동반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탄생하게 된다. 금, 은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으로 인해 생겨나 이 지구 곳곳, 심지어 우리 몸 안에도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 초신성 잔해인 게성운과 카시오페이아 a의 모습. 게성운은 1054년에 관측된 기록이 남아있으나 카시오페이아 a의 경우 초신성 폭발 잔해만 남아있고 관측된 기록이 없다. (이미지: NASA)


비록 티코가 초신성의 정체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이 관측 자체는 다른 방향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티코가 살았던 시대, 우주라는 공간은 천년 넘게 이어져 온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지배하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가 완벽한 공간이라는 개념을 남겼다. 완벽, 완전한 공간인 우주에서 변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티코의 신성은 이 개념에 흠집을 남기고 말았다. 다시 사라지기는 했지만, 하늘이 한 번 변화를 보였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티코는 다른 관측자들과는 다르게 이 신성의 밝기 변화를 계속 관찰했으며 해당 천체의 위치가 달보다 한참은 먼 곳에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연구를 지속할수록 기존의 우주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뚜렷해졌다. 천문학에 드리운 고대 그리스의 장막을 벗겨낼 기회를 잡은 것이다. 실제로 티코 이후 천체 망원경이 개발되면서 더 정확하고 방대한 관측 자료들이 쏟아지게 된다. 천문학 발전 속도가 초신성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1572년 티코의 발견 이후 우리 은하 내에서 관측된 초신성은 단 한 번 있었다. (그리고 그 현상을 연구한 사람은 티코의 제자였던 요하네스 케플러였다.) 아마도 우리 은하 내에서 폭발하는 초신성을 보게 된다면 낮에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밝은 천체를 만날 것이다. 일생을 불타면서 살았던 별이 그 마지막에 뿜어내는 평생 가장 밝은 빛. 그 찬란한 빛을 과연 우리 세대에 만날 수 있을까.


지구에서 약 600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적색거성 베텔게우스. 유력한 초신성 폭발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최근 연구 결과에서 폭발까지 시간이 10만 년 정도 남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미지: 알마촬영)


<참고자료>

1. https://www.nasa.gov/audience/forstudents/postsecondary/features/F_Tycho_Nova.html

2. https://www.britannica.com/place/Tychos-Nova

3. SUPERNOVAE AS COSMOLOGICAL LIGHTHOUSES ASP Conference Series, Vol. 342, 2005

4.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516601012

5. https://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3330

6.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08/12/081203133809.htm

7.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1709130916001



Copyright 2021. 의왕천문소식 김용환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dydgks0148@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