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과학사: 너를 찾아서

1995년 10월 6일. 제네바 대학교의 천문학과 교수인 미셀 마요르와 그의 제자 디디에 쿠엘료는 태양과 비슷한 별인 G형 주계열성, 페가수스 51번 별에서 외계 행성을 발견했음을 발표한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2019년. 두 사람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된다. 과연 이 두 사람이 발견한 외계 행성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길래 노벨물리학상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일까?


2019 노벨상을 수상한 마요르와 쿠엘료(이미지: 동아사이언스)


두 사람이 발견한 행성이 최초로 발견된 외계 행성인 것은 아니다. 발견 3년 전인 1992년에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펄사 주변을 도는 행성 2개가 발견된다. 그 이전에도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증명된 것은 이 펄사 행성이 최초였다. 그렇지만 이 행성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펄사는 별이 죽고 난 뒤의 모습이다. 커다란 폭발이 있었을 것이고 이 행성들이 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확률은 0%에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주계열성에서 발견된 페가수스 51b(발견된 행성의 정식 명칭이다.)는 행성 형성의 비밀을 알려 줄 열쇠가 될 수 있었다.


페가수스 51b의 위치(이미지: 위키백과)


페가수스 51b는 발견되었을 때부터 행성 진화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기존 이론으로는 별 가까이에서 암석형 행성이 만들어지고 바깥 궤도에서 거대 가스 행성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할 수 있는 행성계가 태양계뿐인 상황에서 이러한 이론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다. 페가수스 51b의 크기는 목성보다 1.5배 가까이 컸고 (정작 질량은 목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모항성 역시 태양보다 약간 더 거대했다. 그런데 그 둘 사이 거리는 고작 0.05AU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태양과 지구 사이 간격의 20배나 가까운 상태로, 공전 주기가 약 4.2일 정도였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모항성의 강력한 항성풍에 의해 가스층을 붙잡은 가스 행성 상태로 진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존 이론이었으니, 새로운 행성 진화 가설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페가수스 51b의 상상도(이미지: 위키백과)


이처럼 모항성에 가깝게 돌고 있는 (0.1au 이하의 거리) 거대 가스 행성을 Hot Jupiter(뜨거운 목성)라고 부른다. 1995년의 최초 발견 이후 이러한 형태의 행성은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뜨거운 목성의 계속된 발견은 오히려 태양계 행성들의 진화 과정에 숨겨진 고리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째서 태양계는 발견된 행성계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결과 행성 이동설이라는 가설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거대 행성은 항성 가까이에서 진화가 불가하기 때문에 관측 결과를 해석하려면 바깥에서 진화한 행성이 이동해 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 태양계도 마찬가지로 현재 행성들이 지금 위치 그대로 생성되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동과 궤도 변화 끝에 만들어진 모습인 것이다.


이 행성 이동설의 대표적인 가설은 니스 모형이라고 불린다. 2005년에 만들어진 이 모형은 목성형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지금보다 훨씬 태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여러 미행성과 다른 행성과의 중력 작용으로 현재 위치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 그랜드 택 모델 역시 유력한 가설로 떠올랐다. 그랜드 택 모델에서는 목성과 토성이 지금 위치 근처에서 형성된 이후 태양에 가까운 위치로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소행성대 및 화성 부근의 물질을 흡수하고 다시 멀어져 지금의 궤도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지구보다 크기가 작은 화성의 모습과 소행성대에 위치한 소행성들의 성분에 관한 질문에 답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랜드 텍 모델로 표현된 태양계.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위치가 변한 모습이 보인다.
(이미지:https://haroldconnollyblog.wordpress.com/2017/06/13/dr-harold-c-connolly-jr-podcast-episode-9-the-grand-tack/)


이처럼 외계 행성계 뿐 아니라 우리 태양계조차 마구 뒤섞어 버린 여러 이론은 아직도 가설의 범위에서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명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많을 수 없는 상태이다. 마요르와 쿠엘료가 행성을 찾기 위해 채택한 방법인 스펙트럼을 이용한 시선속도 측정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뜨거운 목성형 행성만 발견할 확률이 높다. (질량이 커다란 행성이 별 가까이 돌면 당연히 별의 스펙트럼 변화가 커진다. 현재까지 이 방법으로 879개의 행성이 발견되었다.) 이 밖에 행성이 별의 밝기를 변화시켜 찾아내는 트랜짓 방식 역시 작은 행성은 발견되기 쉽지 않다. 태양계뿐이었던 관측 자료가 외계 행성계까지 늘어난 것은 좋으나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처럼 극히 일부분의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쉽게 떨칠 수는 없다.


스펙트럼 방식으로 행성을 찾는 모습. 행성과의 중력 작용으로 움직이는 별의 스펙트럼이 계속 변하는 것이 보인다.(이미지: NASA)
트랜짓 방식으로 행성을 찾는 모습.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서 밝기가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이미지: NASA)


아직 밝혀내야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마요르와 쿠엘료의 발견은 외계 행성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천문학에서 다양한 가설들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결과는 노벨물리학상이라는 커다란 성과로 돌아왔으며 이후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훨씬 발전된 기술로 다양한 형태의 외계 행성을 관측해냈다. 좀 더 많은 관측 자료들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코끼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려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참고자료>
1. https://exoplanets.nasa.gov/alien-worlds/ways-to-find-a-planet/#/1 (나사)
2. https://earthsky.org/space/this-date-in-science-first-planet-discovered-around-sunlike-star/
3. https://slate.com/technology/2015/10/51-pegasi-b-the-first-exoplanet-discovered-orbiting-a-sun-like-star.html
4. https://www.eso.org/public/news/eso1517/
5.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83%9C%EC%96%91%EA%B3%84-%ED%98%95%EC%84%B1-%EC%B4%88%EA%B8%B0-%EC%99%B8%EA%B3%BD%EC%9C%BC%EB%A1%9C-%EC%AB%93%EA%B2%A8%EB%82%9C-%EC%86%8C%ED%96%89%EC%84%B1-%ED%99%95%EC%9D%B8/
6.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with_msip&logNo=221575824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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