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동물의 날: 우주 연구에 기여한 동물들

오는 10월 4일세계 동물의 날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자는 의미에서 1931년에 지정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우주 연구에 한 획을 그은 동물들을 살펴보려고 해요. 어떤 동물들이 있을까요?



최초로 우주에 간 동물은 개가 아니에요

‘우주에 간 동물’하면 라이카라는 개를 떠올리는 분들이 맞습니다. 물론 라이카는 우주 실험에 참여한 동물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최초로 우주여행을 떠난 동물은 라이카가 아니에요. 물론 개도 아닙니다. 어떤 동물이냐면 바로 초파리입니다. 이 귀찮기만 한 동물은 사실 우주 탐사에 딱 맞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유전자가 약 75% 일치할뿐더러 담뱃갑 하나에 수천 마리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아서 우주로 보내기에 딱 좋거든요. 게다가 번식도 잘 하고 말이죠.


당시 미국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방사선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고, 1947년에 미국의 V-2 로켓(독일이 제작했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이 부품을 자국으로 가져와 제작함)에 초파리들을 실어 109 km 고도까지 올려 보냈습니다. 초파리가 들어있던 캡슐은 약 200초 간 우주에 머물렀다가 미국의 뉴멕시코 주로 돌아왔습니다. 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행히 초파리들은 살아있었고 방사선 피폭을 겪은 흔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초파리(이미지: spaceflight101.com)


이후에도 과학자들은 초파리들을 우주로 보내고 있어요. NASA에서는 아예 초파리 실험실 (Fruit Fly Lab; FFL)이란 미션을 만들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초파리를 연구하고 있죠. 2018년까지 세 번의 실험이 진행됐고, 우주 공간에서 초파리들의 면역 체계나 심장 기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해요.




우주에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

소련과 미국이 개, 거북이, 쥐, 개구리 등을 우주로 보내던 때에 프랑스는 고양이를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1960년대 초, 프랑스 우주국은 14마리의 얌전한 암컷 고양이들에게 우주로 내보내기 위한 훈련을 했습니다. 가속도 훈련이나 로켓 소음에 익숙해지는 훈련, 작은 실험 장치 안에 가만히 앉아있는 훈련 등이 있었대요. 혹시나 정이 들까 봐 이 14마리의 고양이들에게는 이름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해요.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고양이였던 C 341이 우주에 가게 되었고, 로켓을 타고 157 km 상공까지 올라갔다 돌아옵니다. 미디어는 C 341에게 펠리세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고양이 캐릭터 펠릭스의 여성형 이름이랍니다. 펠리세트는 무사히 돌아왔으나 몇 달 뒤, 펠리세트의 뇌 연구를 위해 안타깝게도 안락사를 당하고 맙니다.


펠리세트(이미지: http://www.collectspace.com/)

당시 우주 경쟁의 주역은 소련과 미국이었기 때문에, 대단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펠리세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나 2017년, 펠리세트의 동상을 세우기 위한 모금이 시작됐고, 2020년 1월 드디어 펠리세트의 모습을 동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동상은 프랑스의 국제 우주 대학 내에 있으며,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의 흉상 옆에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펠리세트의 동상(이미지:space.com)



언어를 배운 돌고래, 피터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지적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인 세티(SETI)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하거나, 우주로 신호를 보내는 임무도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임무가 있었습니다. 바로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놓는 것이었죠. 담당자였던 존 릴리 박사는 돌고래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쳐보기로 합니다. 돌고래의 지능은 4세 유아와 비슷할 정도로 똑똑하거든요. 연구원이었던 마거릿은 세 마리의 실험 돌고래 중 피터라는 수컷 돌고래에게 본격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마거릿은 돌고래가 사는 수조를 개조해 그곳에 살다시피 하며 열정적으로 훈련에 참여했어요. 동물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지만, 실제로 피터는 ‘안녕, 마거릿’을 따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다고 합니다(M 발음을 매우 어려워했다고 하네요).


돌고래 피터와 마거릿 연구원의 모습(이미지: theguardian.com)


한편 담당자였던 존 릴리 박사는 돌고래에게 환각제인 LSD를 투약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했고, 자금이 끊기며 돌고래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는 중단이 되고 맙니다. 피터는 마거릿과 헤어져 콘크리트 수조로 옮겨져야 했죠. 그리고 몇 주 뒤, 마거릿은 피터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돌고래는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데, 일부러 호흡을 하지 않고 자살을 택한 것이지요. 미디어에서는 피터의 죽음이 마거릿과의 이별 때문이라며, 인간과 돌고래 사이의 러브 스토리라는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죽음이 정말 이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안타까운 사건은 고래 보호운동의 시작이 되었다고 해요.




우주에 다녀온 후 안락사를 당한 펠리세트와 연구 후 생을 마친 돌고래 피터뿐만 아니라, 우주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가 지구로 돌아온 동물 중 절반 이상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요. 우주의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죠. 2019년, 독일 법원은 우주로 햄스터를 보내는 실험을 금지하는 한편, 미국은 작년에도 짧은 꼬리 오징어와 완보동물을 우주 정거장으로 보내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동물들의 희생 덕분에 인간은 우주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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