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반짝일 것 같지만, 별들도 사실 나이를 먹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주에 아름답게 펼쳐진 성운은 별을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흔적이기도 하죠. 별들은 수소를 헬륨으로 만드는 수소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을 내지만, 그 방식은 별들의 질량에 따라 다릅니다. 질량이 태양과 비슷한 별들(~태양 질량의 약 8배 정도의 별까지)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핵에서 탄소를 만들어냅니다(별에 따라 그 이상 만들 수도 있음). 더 이상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핵은 수축하여 지구 정도 크기의 백색왜성이 되고, 핵 바깥쪽 물질은 우주 공간으로 밀려나 행성상 성운이 됩니다. 우리의 태양도 백색왜성이 될 운명을 타고났죠.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요? 그들은 핵융합 반응으로 철까지 만들 수 있어요. 철은 워낙 안정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핵융합을 할 수 없습니다. 별은 결국 초신성 폭발로 가지고 있던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멀리 날려보내고 핵 부분은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됩니다(이 블랙홀은 작은 블랙홀로,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과는 다릅니다).
이전까지 백색왜성은 더 이상 핵융합을 하지 않고 천천히 식어가는 중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서 백색왜성도 가장 바깥쪽 부분에서 여전히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네이처 천문학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이었지만, 실제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들은 우리 은하의 구상성단 M3과 M13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두 구상성단은 나이(약 130억 살)와 금속 함량(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포함 정도)이 비슷하거든요. 간단히 보기엔 비슷했지만,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광시야 카메라(Wide Field Camera 3)를 이용하여 성단을 관측한 결과 M13에 밝은 백색왜성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연구진들은 이 차이를 ‘M13의 백색왜성이 여전히 수소 핵융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색왜성의 가장 바깥 부분에 남은 미량의 수소(태양 질량의 약 0.0001배)가 핵융합을 통해 헬륨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열로 백색왜성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늦추고 있던 것이죠.
물론 모든 백색왜성이 수소 핵융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M3은 식어가는 평범한 백색왜성만 있는 반면에, M13에는 식어가는 백색왜성이 30%, 수소 핵융합을 유지 중인 백색왜성이 70% 존재한다고 합니다. M13이 아닌 다른 성단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연구진들은 별들의 금속 함량에 따라 이런 차이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M13과 비슷한 다른 성단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기존에 백색왜성의 질량과 온도를 통해 백색왜성의 나이를 가늠해왔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백색왜성의 나이가 곧 그 별이 속한 성단의 나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백색왜성이 발견됨으로써 나이를 측정하는 방식에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들은 이 밝고 뜨거운 백색왜성 때문에 성단의 나이에 약 10억 년 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견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는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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