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엑스레이나 MRI 같은 방식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내부는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기억력이 좋으신 분들이라면 중고등학생 때 배운 ‘지진파’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떠오르실 겁니다. P파와 S파, 들어본 적 있으시죠? 이 지진파의 변화와 특성을 통해 지구 내부를 보지 않고도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구가 지각, 맨틀, 외핵과 내핵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2018년 11월에 화성을 방문한 인사이트도 화성의 지진을 분석하는 것이 임무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구나 화성, 달처럼 딱딱한 표면을 가진 천체들은 지진파로 내부 구조를 알 수 있겠지만, 목성이나 토성처럼 가스 행성들은 어떻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의 크리스토퍼 만코비치와 짐 퓰러는 토성의 고리를 하나의 거대한 지진계로 보고, 토성의 내부 구조를 알아봤습니다. 망원경으로 보면 토성의 고리에도 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런 틈 또는 간극을 기준으로 고리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크게 A 고리부터 G 고리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외에도 몇몇 미세한 고리들이 있습니다) 발견된 순서로 이름이 정해졌기 때문에 고리의 위치와 이름은 상관이 없습니다. 두 연구자가 이번 연구에 사용한 고리는 바로 C 고리입니다. 토성으로부터 약 75,000 km ~ 92,000 km 정도 떨어져 있는, 비교적 토성과 가까운 고리입니다.
연구자들은 토성 탐사선인 카시니-하위헌스 호의 데이터를 통해서 C 고리를 이루는 입자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입자가 움직이는 이유는 토성 표면의 가스가 1~2시간마다 1 m 정도 출렁거려서 토성이 미치는 중력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표면이 출렁거리는 이유가 핵이 암석과 얼음, 그리고 금속성 유체가 섞인 질척거리는 덩어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딱딱한 암석 핵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이전까지 핵은 반지름의 10~2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성의 핵이 반지름의 무려 60%를 차지하고 질량은 무려 지구 질량의 55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크죠. 게다가 핵의 경계가 명확한 지구와는 달리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2021년 8월 16일, 네이처 천문학에 소개되었습니다.
목성과 토성을 비롯한 가스형 행성들은 암석 덩어리 위에 가스들이 뭉쳐지면서 생성됐을 거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NASA의 목성 탐사선인 주노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목성의 핵이 딱딱하지 않고 묽으며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었죠(관련 자료). 2019년에는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약 45억 년 전)에 목성이 가스 행성과 강력한 충돌을 겪었고, 그 결과 핵이 부서져 지금과 같이 묽은 핵이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의 논문이 네이처에 발표됐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토성 또한 이제까지의 예상과는 다른 생성 과정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연구로 토성의 핵이 고체가 아닌 유체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토성의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연구자들도 ‘아직 어떤 모델로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와 가스의 안쪽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놀랍고도 새로운 소식을 또 들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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